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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염 〈On Lullabies〉 머피염 〈On Lullabies〉 머피염 〈On Lullabies〉 머피염 〈On Lullabies〉

머피염 〈On Lullabies〉

머피염

On Lullabies

22.12.13-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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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염은 길거리, 폐가 그리고 벼룩시장 등에서 고요히 먼지 쌓여가는 사물을 발견하고, 일단 수집해두며 이들이 필요할 때 서로의 기폭제, 지지체가 되어 설치군집을 이루도록 만드는 실험을 지속한다. 각 사물에 쌓인 역사가 새롭게 재 구성되는 것에 주목하며 그 중에서도 가정용품(domestic objet) 같은 가사노동하는 신체와 긴밀한 유대있는 사물들에 애정을 갖고 모은다. 특히 모터를 품은 가정용 전자제품이나 전동 아기 요람 등의 플라스틱 피부를 가진 다루기 쉬워보이는 기계들을 모으고, 이들을 수리, 해체, 조립을 하며 기계체에 새로운 리듬을 부여해오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어 불투명한 피부를 가진 기성품에게 해체, 파괴와 고갈의 행위를 반복적으로 가하고, 결국 기존의 기능이 쓸모없어져가는 지점에까지 다다르게 만든다. ‘소진을 통해 예측불가능하게 재발견’하는 쾌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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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사물의 기능을 제거하여 쓸모 없게 만들어버리는 시도를 지속해온 머피는 본인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방치’와 ‘돌봄’이 공존함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돌봄의 형태는 어때야 하는지 자문하고, 반성하며, 탐구한다. 이번 전시 <온 럴러바이즈>에서 그는 돌봄노동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사물의 형상과 리듬, 그리고 사회가 기능을 위해 사물에 발라낸 유약같은 이미지를 연구하면서 돌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의 ‘막연한’ 클리셰(cliché)에 제동을 건다. 돌봄에 결부되는 모성, 노동하는 여성의 신체, 부드러움, 인내, 헌신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돌봄 이면의 비극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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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머피는 프랑스 한 벼룩시장에서 느리고 미세한 빛을 내뿜으며 몸을 겨우 가누는 먼지 쌓인 전동요람하나를 발견한다. 건전지를 갈아끼우고 보니 그것의 느리고 반복적인 움직임과 멜로디에서 펜듈럼(Pendulum)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기를 재우는 기계체에 탑재된 최면적인 움직임과 느린 멜로디는 아이에게 조용한 각성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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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의 달큰한 멜로디와 그 속에 담긴 비극적 서사의 낙차는 간혹 형언할 수 없는 깊고 뿌연 우윳빛의 우울감으로 우리에게 진동을 준다. 마치 우리가 자궁과 분리되자마자 무언갈 잃어버렸다는 좌절과 되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이름없는 그리움으로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는 것처럼…. 머피는 사물을 해체하고 그 속을 한번 더 들여다보는 행위의 연장으로서 자장가의 외피와 내면을 다시 감각한다. ‘끔찍한 자장가(Creepy Lullaby)’, ‘소름돋는 자장가(Scary Lullaby)’는 누가, 왜 부르게 되었는지를 망상하며… 서슬퍼런 선율 위에서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가. 자장가가 ‘재우기’라는 유일한 목적의 노래라는 것을 잠시 잊고, 노동요로 범주화시키는 전략을 취해보자. 자장가를 일종의 도피의 공간으로서 여길 수 있을까. 홀로 있으므로. 아무도 듣지 않으니, 이곳에서 사회가 금기시했던 기분을 달큰한 노래에 담아 표현해 보는 것이다. 아기를 품에 안고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서 노래하는 한 돌봄 노동의 주체를 떠올린다. 이내 지쳐 쓰러져 아기보다 먼저 잠들어버린 몸을 대신하여 방치된 전동 요람 기계가 서툴게 돌봄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돌봄과 최면이 공존하는 환상으로서 가변설치 속 조각들의 물성과 재료들은 돌봄이 사물을 감싸면서 폭발하는 모성, 부드러움, 인내, 헌신의 이미지에 대한 성찰이다. 사회가 낳은 사물의 궤적에서 이탈하고 그들이 비추는 돌봄의 이미지 뒷편에 진 그림자에 놓인 몸을 들여다본다. 돌봄의 주체에 특정 젠더상을 단편적으로 재단하는 부조리, 그리고 그들에게 가하는 금기들로 인해 발생하는 거대한 피로감을 ‘돌봄’에 ‘파괴’와 ‘비극’을 병치하여 해소하여본다. 가난하고 아프며 방치해버리고 미쳐버린 채 홀로 지쳐있는 신체는 돌봄의 행위를 대신하는 기계들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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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의 초기 실험은 2021년 12월 베르니 뽀아까네(Bernie Poikāne) 와 함께한 듀오전 <A message for every mom who is tired lonely>에서 한차례 선보인 바 있다. 기계체, 즉 사이보그의 형상에 질문하고, ‘오싹하면서도 귀여운’ 것들, 리본돌을 돌보는 여성들의 몸짓과 목소리,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자장가, 과격하고 더러우면서 유해한 이미지를 조각과 비디오를 통해 충돌시켜 금기의 장소를 만들었다. 1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베르니 뽀아까네의 신작 앰비언스 비디오에서 발하는 시/청각적 이미지가 머피의 조각 주변을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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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스 비디오 <어른을 위한 자장가>에 대한 토막글 머피의 개인전 <온 럴러바이즈>에 초대되면서, 저는 머피의 작업이 갖는 분위기를 연장시키듯 배경에 개입하길 원했습니다. 머피와 자장가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서로 멀리 떨어져있었어도 우리는 동일한 분위기에 스며들었고, 마치 머피의 비기능적인 로봇기계들이 아기를 재우고 있는 분위기마냥 이 비디오가 서서히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자장가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나는 종종 노트북을 보다가 잠에 드는데, 이때 보던 인터넷의 이미지들은 아침이면 잊게될 꿈 속으로 부드럽고 기묘하게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비디오는 그러므로 어른들을 위한 컴퓨터의 자장가와 같습니다. 의례적으로 잠에 들기 위한 어린시절 마셨던 우유의 순백빛, 꿀과 불의 색, 그리고 인터넷에서 길 잃은 특정 이미지들의 묘한 달콤함의 이미지들과 함께…. 수면의 느린 호흡처럼, 눈이 천천히 떠지고 감기듯이, 잠이 올수록 이미지는 흐릿하고 우유처럼 뿌얘집니다. 유튜브 속 자장가의 고정관념들을 주변으로 천천히 졸음에 휩싸이고, 머피의 움직이는 사물들과 함께 아주 느린 맥박처럼 움직이는 형태를 만듭니다.

번역 : 머피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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