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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이호정 〈Luminary〉

■ 전    시    명 : Luminary 

■ 참여 작가 : 이호정

■ 전 시 기 간 : 2020. 12. 01. (화) – 12. 18. (금)

■ 전 시 장 소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문            의 : artforum.co.kr / T.032_666_5858

■ 기            획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아트디렉터 : 이훈희

■ 큐 레 이 터 : 조은영, 유상아

■ 글 : 조은영

 

본향을 향한 별들의 여정

대안공간아트포럼리 큐레이터 조은영

 

# “하늘 창공에서 땅을 환히 비추어라” 하시니

 

하느님께서 하늘 창공에 빛나는 것들이 생겨 땅을 환히 비추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만드신 두 큰 빛 가운데서

더 큰 빛은 낮을 다스리게 하시고 작은 빛은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

– 『공동번역성서』창세기 1:14-16

 

조물주의 창조 사역이 기록된 저 유명한 창세기 1장에 의하면, 하느님은 창조 넷째 날이 되었을 때 궁창에 발광체들을 두어 운행하게 하였다. 불가타 성경의 라틴어 원문은 이 두 개의 큰 발광체들을 ‘Luminaria’로 지칭하고 있다. 이처럼 성경이 직접 언급하고 있는 루미너리는 점성술 전통에서도 발견되는데, 여기서 루미너리는 가장 핵심적인 두 개의 천체, 곧 ‘하늘 창공에 빛나는 해와 달’을 뜻한다.

 

2020년 12월, 도예가 이호정이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루미너리의 이러한 점성학적 의미에서 착안되었다. 혹자는 주간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리의 금주 운세」 따위를 점성술로 여길 수 있겠다. 실제로도 많은 역사가들이 점성술을 원시적이고 비이성적인 미신으로 매도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낮추 평가되는 ‘별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우주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배워야 할 과학으로서 고대로부터 진지한 학문적 성격을 수반하였다.

 

특히 천변 현상이 커다란 경이를 불러 일으켰던 고대에는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하늘과 땅 사이의 연관성을 긍정했다. 운명론을 경계한 중세 기독교 세계에서도 별의 영향력이 실재할 수 있다는 우호적인 태도는 유보되었다. 그리고 기나긴 질곡의 역사를 거쳐, 점성술은 르네상스의 도래와 함께 마침내 진정한 승리를 거둔다. 점성술은 별이 우주 삼라만상에 물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자 별점 기술로서 휴머니스트들의 사상 체계를 지배했던 것이다.

 

# 우주 어딘가에 있을, 나의 거처를 찾아서

 

말하자면 예나 지금이나 우주는 그렇게 고원 高遠한 것이 아니다. 21세기와 같이 계몽된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별자리가 운명에 미칠 영향력을 믿으며 ‘오늘의 운세’를 읽는 것을 보면, 점성술은 과연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하였다. 하지만 이호정 작가가 <루미너리>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미신적 요소가 아니다. 흙으로 빚은 해와 달과 별로써 그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향유자에게 건넨다. 전술했듯이 점성술의 중심 사상은 바로 소우주로서의 인간이 대우주인 세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유비성 類比性을 토대로 광활한 우주의 별들을 도자기에 새겨 넣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인간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우주의 높은 질서로부터 저마다의 고유성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나날의 일상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고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갈망일 것이다. 더욱이 예술가에게 있어 존재의 본원, 내면의 세계를 단단히 넓히는 행위는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지고 至高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이호정 작가가 점성술에 천착하게 된 계기도 ‘작가로서의 나’를 찾으려는 기나긴 물음에서 비롯되었다. 20여 년간 도예의 길을 걸어온 그는 스스로의 자아를 ‘도예가’와 ‘도예 활동가’로 나눈다. 발달장애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지역의 도예 활동가로 나서게 된지 어언 15년. 그간 작가는 이들과 함께 도예 작품들을 전시하며, 장애를 초월한 진정성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이호정 작가가 도예 활동가로서의 삶을 지탱해올 수 있었던 까닭은, ‘도예가’라는 정체성을 집요하게 탐구해왔기 때문이다. 도예 교육에 전념하면서도, 작가는 ‘나만의 작업’을 욕망하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석사 과정을 마치며 첫 전시를 가졌고 2011년 아트포럼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으니, 이번 <루미너리>전은 도예가로서의 이호정을 대략 10여 년 만에 되찾는 귀중한 디딤돌인 셈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년 전 작가는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대상과 자기만족에 충실하였으나, 3~4년 동안 점성술과 관련한 작업을 이어오면서, 이제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신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다른 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가 탄생했을 때의 12궁과 해와 달, 행성의 위치를 기입한 호로스코프 horoscope를 도자기에 띄워, 누군가의 고민이나 삶의 과업, 살아온 역사를 하늘의 지도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작가 본인을 예로 들자면, 그가 걸어온 여정은 달과 게자리로 표현된다. 지상의 시간을 지배하는 달은 우리의 내면과 같이 가변적이며, 우주에 생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달을 빚어내는 동안, 작가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작가의 별자리인 게자리는 이러한 달의 보호와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달에 속한만큼, 게자리는 미래의 재탄생을 암시한다. 영혼이 육체를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자리를 통과해야한다고 여겨졌듯이, 작가는 ‘새로 태동할 나’를 향하여 그의 별과 함께 또 다시 긴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오랜 세월 그래왔듯이 작가의 손길이 닿은 수많은 인연들, 수많은 별들이 본향을 향한 이 여정에 함께할 것이므로.

 

그 옛날 천문학 혁명을 이끌었던 케플러 (J. Kepler, 1571-1630)는 하늘의 물체와 그것들의 운동이 음악을 만들고, 이 음악을 우리 인간이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작가 이호정이 담아낸 수많은 개개인의 노래가 지금 여기, 아트포럼리에서 조화롭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작은 공간으로부터 전 우주에 공명하는 별들의 노래를 통해 우리 모두가 삶의 소중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작 가 노 트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태양의 생명력과 에너지에 주파수를 맞추어 본다.

 

멋 모르고 접했던 20대 초반의 흙 작업은 30대를 거쳐 40대 중반을 맞이하게 되면서 나의 끝없는 물음과 함께 해주고 있다. 성실함과 욕심 그 어딘가에서 헤매며 켜켜이 쌓여 온 나의 작업들은 단순해지고 싶다.

 

안 되는 것에 매진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들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극복하기 힘든 카르마에 휩싸이거나 직업으로 승화해 풀어가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자 이 세상에 발을 디뎠을까? 작가로서의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은 를 탐색하고 표현하며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작업실이 생기면서 새로운 가 창조되었을 때 두 번째 전시를 하였고. 9년이 지난 2020년의 나는 인생을 조금 더 배웠으며 그것을 점성술의 기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은 어머니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어머니라는 상징은 희생의 아이콘이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주 어려운 캐릭터로 견고히 자리 잡고 있다. 정말 어머니는 그런 존재인가? 그런 존재여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점성학을 파고들면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moon()이였다. 나 스스로가 게자리(cancer)에 태어났으며 내면을 나타내는 의 자리도 게자리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한결같은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달은 그 무엇보다 변화무쌍하며 본능과 감정의 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직관적이고 예민한 깊은 내면의 감정체이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달을 바라보는가? 을 작업할 때 나는 지금 모습에 만족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나를 느낀다. ‘천왕성 조각하며 나는 자유를 얻고 주도적인 변화와 새로운 감성에 휩싸인다.

도자기의 형태와 그 안에 새겨진 생소한 기호와 사인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몰라도 좋다. 자신의 생일을 통해 알 수 있는 태양 별자리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은 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느끼는 그대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12명의 Natal Chart 작업은 작은 원안에 운명과 바람, 인생의 숙제와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을 불어넣어, 이 여정을 함께 걸어온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마흔이 넘어야 자신의 토성을 느끼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매우 감성적이며 실리적인 사람으로 관계에서의 토성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자유라는 말을 되뇌이며 세상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동시에 나의 사람들을 항상 떠올리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생각한다. 나의 공간에서 나만의 세계를 즐기며 창조한 그 무엇인가를 나는 늘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 나눔이 끝나면 다시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과 세계로 들어가길 바란다. 타인은 차갑다고 느낄 수도 따뜻하다고 느낄 수도나는 그러한 반응을 염려하면서 동시에 개의치 않는다.

 

흙이라는 물질은 물과 공기, 불을 만나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 된다. 우주()를 담고 싶었던 나의 작업은 한쪽 벽을 장식할 도자 벽화 또는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컵으로 때로는 평화로운 명상의 시간을 함께 해줄 도구로 소비되어지길 바란다. 늘 함께 하면서 늘 떨어져 있는 사람과 사람들처럼.

 

2020.11.13

 

 

1.별 이야기 Star story_혼합토,색화장토,천목유_18x18x3cm_2020

2.태양과 달 Sun&Moon_혼합토,색화장토,천목유_30x30x30cm_2020

3.내면의 집 Moon house_백자토,색화장토,천목유,투명유_22x12x17cm_2020

4.달의 집 Moon house_백자토,색화장토,천목유,투명유_22x12x17cm_2020

5.12싸인 Twelve signs_조합토,색화장토,천목유,투명유_10x15x13cm_2020

6.운명의 수레바퀴 Wheel of Fortune_혼합토,색화장토,DB블루,색유_80x80x3cm_2020

7.생명 Life_고려대작토,수금_2x2x3cm_2020

8.천개의 별이되어 Become a thousand stars_양구백토,색화장토,투명유_12x11x13cm_2020

9.Luna 달_ 혼합토,색화장토,투명유_12x11x13cm_2020

10.우주의 돌 Cosmic Stone_색소지,수금,투명유_1x1x1cm_2020

 

이호정(B. 1977)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작기기술학과 석사 졸업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2 특별함+소유+재미, 대안공간아트포럼리, 경기도

2003 황토유약제안전, 인사동 갤러리 블루,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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