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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승일 〈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대안공간 아트포럼리는 2021년 마지막 전시로 전승일 작가의 <없는 나라>(12.15-12.31)전을 엽니다.

인간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공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 집단학살을 자행했던 우리 역사를 주제로 한 영상전입니다.

작가는 1989년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제작과 전시 참여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남산 안기부 지하 밀실에서 고문을 동반한 강압적인 수사를 받고 수감생활을 했던 국가폭력 피해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전승일 작가는 한국전쟁 전후 군대와 경찰의 조직적인 민간인 집단학살, 즉 제노사이드 사건이 벌어졌던 금정굴 학살 현장과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등 국가 폭력, 제노사이드, 트라우마 후유장애라는 화두에 천착해 왔습니다. 전승일 작가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기 집회와 시위 강제 진압 과정에서 그림의 원본이 탈취되거나 파괴되었던 경험에서 무한 복제나 배포가 가능한 다른 형식의 시각 매체를 찾게 되었고, 영상과 애니메이션은 그 대안이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상영할 애니메이션 중 <금정굴 이야기>는 작가가 10년간 살았던 지역, 고양시에서 1950년 벌어진 집단학살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국가 폭력과 제노사이드는 트라우마로 남았고,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금정굴 이야기>는 금정굴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에 주목하고 친숙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시각화하여 제노사이드가 갖는 보편성을 찾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전시는 기록이나 고발의 성격을 넘어 사유를 확장하고, 진실을 대하는 예술적 재해석의 관점을 제안할 것입니다.

 

 

Q없는 나라 Non-existent Nation 전시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신 건가요?

국가의 존립 기반과 목적은 폭력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한국전쟁 이전, 미군정 시기부터 반도 전국 곳곳에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을 집단학살하는 반인도적인 국가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국가범죄에 대한 강요된 망각을 예술을 통해 성찰하고, 사회적 공동체 회복을 위한 기억의 재구성과 애도(哀悼)의 시각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Q작가님께서 <금정굴 이야기>, <예산족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두 가지 주제를 염두에 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고양시에 살던 시절에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대하여 해마다 금정굴 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개최했습니다. 2006년부터 합동위령제 주최 단체와 협업하여 사진과 영상으로 위령제와 유족들을 기록하였고, 그 자료를 토대로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진행해 온라인 매체에 발표하였습니다. 1950년 금정굴은 한 달 동안 벌어진 집단학살지로서, 1948년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집단학살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에 따르면, 제노사이드(Genocide)에 해당하는 반인도적 국제범죄입니다. 오랫동안 제노사이드, 국가폭력, 트라우마 후유장애 문제 등에 예술적 관점의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금정굴 이야기>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족 인터뷰 장면 이외에도 여러 가지 스타일의 실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사용했고, 이러한 운동 이미지는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정굴 이야기 작업 사진>

 

<예산족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전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음악영화’ 혹은 ‘음악애니메이션’ 작품을 구상하던 중,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연주상’을 수상한 앨범 <예산족(藝山族)>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산족>은 사물놀이의 창시자이자, 비나리(고사(告祀)를 지내며 부르는 구음)의 명인 이광수와 프리 재즈 듀오 미연&박재천 그리고 민족음악원 사물놀이가 결합한 혁신적인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로서, 타악기와 피아노, 그리고 구음(口音)이 절묘하게 결합된 풍부한 사운드를 갖고 있으며, 그 선율과 화음이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제노사이드 사건의 기억과 상처를 실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음악이라고 생각되어 선택하였습니다.

 

<예산족 애니메이션 작업 사진>

 Q.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서 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서사적 구조의 애니메이션보다는 시적(的) 구성의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선호합니다. 하나의 장면에 여러 층의 레이어로 이미지를 중첩하여 사용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감춰 넣기’ 방식으로 연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화는 막혀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창을 통해 창 너머의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눈이 뇌를 통해 시선으로 옮기면서 중첩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적인 이미지 구성에서 여러 층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비주얼로 운동성과 시간성을 갖고, 색감이나 채도의 시각적인 요소를 획득하면서, 시공간적으로 혹은 입체적으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또 다른 시작이 되어 무의식에 운동 이미지의 잔상이 남아 기억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편입니다. 이때 음악과 음향, 채도와 명도, 대비(對比) 등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방법은 제노사이드라는 주제를 표현하는데 영화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춰넣기 효과가 들어간 작품 스틸샷>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큐레이터 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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