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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 <" title="이 소 <"Are you a pansy?">" class="scale-with-grid"/> 이소 이소 이소 이소

이 소 <"Are you a pansy?">

이소

이소

■ 전 시 명 : “Are you a pansy?”

■ 작 가 명 : 이  소

■ 전시기간 : 2023.06.08 (목) – 2023. 07.08 (토)

* 월-토 10:00 -18 : 00 / 일요일 휴관

■ 장소 :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1F,B1 아트포럼리 갤러리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T.82(0)32_666_5858

■ 주최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모더니즘과 평면 도시, 디지털 노마드의 키즈가 그린 ‘팬지’

오정은(미술비평)

 

●모더니즘과 평면 도시의 대중

도시의 이미지를 회화로 옮긴 두 사례로부터 이야기를 열어보자. P.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1942-1943). 작가는 1940년대 뉴욕 시가지의 고층빌딩,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움직임, 구획된 도로의 기하학적 구성에서 오는 특유의 리듬을 시각화했다. 조형적으로 축약된 현대도시의 유동적 흐름이 음악적 박자 감각에 절묘하게 맞물려 기계적 추상으로 표현됐다. 국내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 하종현은 <도시계획백서>(1970)로 근대기 서울 도심의 확장성을 나타냈다. 그는 화면 중심에서 시작된 다각형의 기하학적 패턴에 오방색을 사용해서 전통성의 뿌리 안에 밖으로 번져나가는 도시의 진취성을 그렸다.

‘차가운 추상’으로 약호화된 이들 도시는 그린버그식 회화의 모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차원적 평면 세계, 즉 그리드(grid)의 안에 배치된 점, 선, 면의 상징 수단으로 말이다. 이들 회화의 원료는 화가의 감정이 배제된 평평한 붓칠로서 납작한 캔버스에 들뜸 없이 달라붙는다. 일체의 환영감을 부정하며, 음영과 양감을 삭제한다. 도시를 평면으로서 이해하는 것은 또한, 우리의 시각이 도시 밖으로 떠나 그를 부감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린버그가 모더니즘 회화의 사례로 주목한 폴록의 회화가 그랬듯이, 이들 도시 회화는 캔버스를 이젤에 세운 것이 아니라 바닥에 놓고 그린 것과 같은 조감법의 시점을 내재한 것이다. 위성으로 내려다본 도시의 율동과 역동, 언급한 이들 사례의 회화는 그리하여 2차원 지도와 비슷한 속성을 띠게 된다.

그렇다면 지도란 무엇인가. 특정 지리의 면적을 일정 비율로 줄여 약속된 기호로 평면에 나타낸 것을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지도는 위성 카메라 같은 장비에 의해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되고, 압축된 기호와 색으로 출력된다. (‘구글맵’처럼 스마트 장비 액정에 표시되는 것도 있다.) 복제 가능성을 지닌 인쇄술이 지도 제작에 결합돼 그것을 원본 없는 무한의 것으로 증식시킨다는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모더니즘 회화가 위시한 ‘평면성’의 아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드에 입각한 회화와 평면 복제본을 양산한 판형 간에 차이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회화의 자리를 대신한 것도 이해가 된다. 그는 난관에 봉착한 미술에 새로운 축조술을 제시했고, 대중의 열광을 일으켰다.

 

 

●●디지털 노마드의 키즈가 그린 팬지

이소(b.1991)는 실크스크린을 주된 매체로, 도심의 모듈을 재현한다. 작가가 도시 기본단위로 발견한 것은 팬지인데, 봄에 심으면 초여름까지 잘 버티는 성질이 있어 조경에 보편화된 꽃이다. 근린공원 화단이나 공공시설 바리케이드 화분 등에서 다양한 색으로 핀 팬지를 누구나 흔하게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팬지는 다섯 장의 꽃잎으로 되어있고 가운데에 특유의 진한 무늬가 있다. 그 무늬가 사람 얼굴 같아 보여 일종의 착시를 자극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정원의 꽃들과 대화를 나눌 때, 팬지는 특유의 무늬를 얼굴 표정으로 바꿔 현실과 의인화된 환상을 오갔다. 이소는 팬지의 이 같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적 특성을 이용해 오늘날의 도시를 기호학적으로 보는 한편, 도시역학에 판타지적 상상을 개입시킨 것이다.

가족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을 하기 때문에도, 도시를 매핑(mapping)적으로 접할 기회는 이소 작가에게 흔한 일이었다. 작가는 인터넷으로 수집한 부동산 지도를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보다 단순화시키고, 망점같은 무늬 레이어를 넣어 그것에 인쇄물로서의 성질을 부여한다. 납작하고 평평한 도시 이미지는 이후 압축 프레스에 눌린 회화적 배경이 된다. 이소는 색판화로 찍고 모양을 오린 다음, 두 눈과 입을 그린 팬지꽃을 도시 배경과 적절히 배열해 콜라주로 완성시킨다. 이들 콜라주는 종이와 디지털 화면, 그리고 조각의 영역에서 실험되고 있다.

팬지의 웃는 얼굴은 판타지적 상상이 가미된 재현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기본 상징 모듈이기도 하다. 구체화된 개별 인간성에서 비슷한 스마일의 표정을 짓는 대중적 군상으로, 즉 객체화된 아이콘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팬지의 모습은 비인간화된 도식으로서의 모습으로만 보이기보다 어린아이의 천진한 그림으로도 보인다. 복잡한 시점과 환영감, 음영과 원근법의 기교도 없이, 모더니즘의 거대 서사와도 무관하게 그리는 원시적 그림 같은 것이랄까. 이런 팬지는 날서지 않은 유머와 친근함으로, 기하학적 도시에 위트를 부여하는 비정형 캐릭터로 이소 작가 작업 곳곳에 시그니처처럼 등장한다.

마치 도시를 높은 시야로 내려다보듯, 이어 하나의 판형으로 눌러 복제하듯 하며 풍경을 관조했던 태도는 그 위에 추가로 덧붙여진 팬지에 의해 변화를 맞는다. 도시에 관한, 그리고 이미지에 관한 서로 다른 시점과 방향을 공유하며 그것은 도시가 잉태하고 부양한, 디지털 노마드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세대 미감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동시대 새로운 미술의 논리를 겸하면서.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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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5.Flower bed, silk screen paper collage,silk screen acrylic, 50x26cm, 2023

이소

 

작가노트

이 소

● 도시의 문법

나는 도시의 시스템을 작은 구성 요소들을 결합하여 더 큰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모듈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내가 바라보는 도시는 다양한 계획의 기능과 의도에 따라 여러 모듈로 나누어져 있다.

가령 도시의 보편적 풍경을 만들어내는 팬지꽃이나 조경 보도블록 등 작은 조각들을 관찰하고 수집하여 연이어지며 나타나는 도시 풍경을 표현한다.

오늘날 우리가 두발을 딛고 있는 이 땅 위에서 우리는 도시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경험한다. 횡스크롤 게임의 주인공처럼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반복적인 도시 풍경을 관찰하거나, 핸드폰 앱 속에 인공위성이 바라본 지도를 통해 도시의 구획과 모양을 확인하고, 두발로 직접 걸으며 길을 찾는다. 가까이서, 멀리서 다양한 시점에서 도시를 경험하고 이 땅을 구성하는 모듈 조각들을 수집하여 현대 문명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시스템과 작업의 방식을 나란히 두고 작업한다.

 

● pansy

그중에서도 팬지꽃은 관공서나 길가의 도시의 조경의 꽃으로 널리 사용된다. 팬지(pansy)는 그 어원부터 프랑스어 ‘pensee(생각)/ penser(생각하다)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이 이 꽃을 바라보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팬지’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조경 꽃으로 사용되는 팬지꽃은 어디에서나 재배되기 쉽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작업 안에서 사람의 표정을 닮은 이 꽃에 웃음의 기호를 그려 넣어 실크스크린 기법이나, 미디어 작업 속에 연이어 등장하며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확장된다. 틀로 찍어낸 듯한 조경에 이모티콘 같은 ^_^ 기호를 그려 넣음으로써 애써 틀에 맞춰진듯한 은은한 미소를 띤다.

최근 작품 안에서는 도시 안에 설계된 조경, 보편적 미감에서 보이는 반복적인 색과 모양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색의 원리인 빨강, 노랑, 파랑, 검정, 그리고 조형의 기본 원리인 점 선, 면, 도시의 작은 구조물인 조경(팬지꽃)을 모듈의 단위로 해체하고 나름의 규칙과 계획을 거쳐 내 작업의 세계관에서 도시의 설계자가 된다. 도시-디지털 세계-아날로그 출력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도시의 문법과 현대 문명사회를 팬지의 은은한 미소로 빗대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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