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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알렙 El Aleph〉

이능재 Rhie, Neungjae

이능재 기획 초대전
‘알렙 El Aleph’
2013. 6. 8 (Sat) – 6. 22 (Sat)
Opening Reception  2013. 6. 8 (Sat) 6:00PM

 

 

이능재 작가는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예술의 남용’에 대해 주목해왔다. ‘거대해진 미술계’와 예술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면서, 예술 실천에 대한 권태와 불만과 다른 무엇을 감지한 것이다. 전략의 차원에서 예술을 과잉으로 지시하는 것, 남용하는 것에서 비롯된 현상들이었다. 이는 예술 혹은 미술이 개념적인 맥락의 엄밀함과 일상적인 상황과의 살아있는 관계를 상실한 채 공허해지는 상황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이것에 대응하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에 예술이나 그것과 관련 단어를 주요한 이미지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을 했다. 관련 단어가 문자 혹은 기호로써 작동하기보다는 자신이 제작한 시각적인 결과물에 집중시키려 했다. 사용하는 단어마다 색채를 부여하고, 이 단어가 반복될수록 높은 채도의 색면으로 구성된 설치작품은 물질적인 존재감이 확인되면서 문자의 의미는 점점 증발해버린다.
이능재 작가의 이번 작업은 미술계의 만연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흐름, 그 프레임을 부정하고 허물어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전제 조건이 다른 내용과 형식,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문자와 겹겹이 층을 만든 색면 구성물의 충돌을 일으켜보는 것이다. 문자와 이미지는 대립적이기도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예술적 남용을 권하는 현대 미술계의 흐름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했지만, 작가는 이를 담론이나 개념은 물론 일정한 어떤 흐름에 대한 맥락으로 삼거나 그 층위의 겹을 충실히 인식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희적인 태도로 반응하고 자신의 조형언어로 해석할 따름이다. <Literature, acrylic on canvas, 2013> 이 지점에서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문자로 다루지만 비물질적인 형식이 아니라 물질적인 그리고 회화적 화면을 구성해가는 일종의 모순을 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 < 알렙 El Aleph >에서도 문자를 활용한 작품이 중심인데 그 중에 로제타스톤을 모티브로 한 것이 있다. <Rosetta stone, 225× 310cm, acrylic oncanvas, 2013> 예술개념과 언어에 대한 실험 작업을 고대 언어를 통해 미지의 문명과 소통하는 지평으로 확장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짐작할 수 있는데, 볼 수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해석의 열쇠가 되는 로제타스톤의 의미가 이번 작업에 대한 계기가 된 것이다. 이 돌은 이집트의 로제타 지역에서 발굴된 것으로 1m 가 조금 넘는 표면에 그리스어, 이집트 히에로글리프, 이집트 대중언어의 세 가지 언어로 비문이 새겨
있어, 비로소 고대 이집트 문자 체계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었다고 한다. 로제타스톤의 발견이 말해주듯 문자는 역사적인 특성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매체이며, 문화와 문명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의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은 단순히 문명과 문화에 대한 사실적 정보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고대 언어를 해석하게 만든 우연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에게 인류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실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현재를 이루는 것은 과거, 고대 이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로 문자와 그림에 대한 유사성과 의미관계에 실마리를 삼아 자신의 표현방법과 양식을 예술적 행위를 더하는 것이다.
작가는 3m가 넘는 종이에 로제타스톤을 확대하여 비문의 글자를 칼로 하나하나 파내고 구멍을 내어 화면을 구성했다. 그리고 스텐실 기법처럼 물감을 구멍 사이로 흘려내지만 작품의 결과물은 아래 받쳐지는 종이나 캔버스가 아닌 구멍이 난 종이다. 여기서 행위와 과정은 텍스트의 의미가 사라지고 이미지로 재생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수공적인 예술적 행위가 강조되는 것이다. 그리고 회화적인 완성에 대한 추구도 물감을 반복적으로 흘리는 과정의 시간에 있다. 물감이 중첩되어가면서 매끈한 표면이 아니라 질감이 부각되고, 구멍이 난 화면으로 투과되어 작품 너머의 공간이 시각적으로 개입되기 단순한 평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문자가 제거된 종이는 뼈대만 남은 듯 보이지만 색감을 더해지며 덩어리가 되어간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평면 회화의 화면 속에 구축되는 총체적이고 구축하는 것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최종 결과로는 회화적인 표현을 통해 종이 속 문자가 위치한 자리는 비었다는 것을 일깨워줄 뿐이다.
작가 노트에서 인용하여 말하자면 이능재는 ‘도려내어 비워진 자리에서 종교적으로 나를 비움으로서 순수한 자아를 느끼는 순간 각성이 일어나는 것처럼, 비어 있음만이 현재와 태초의 존재들이 연결되리라’는 것이다.
‘비워냄으로 통한다’ 는 글은 작가 이능재가 사유하려는 문명 이전의 먼 과거나 인류학적 상상력 그리고 나아가 종교적인 사색의 단편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가 만든 조형세계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유추와는 관계없이 작가가 상상하는 기원에 대한 창을 내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언어 간의 차이와 그것을 유머로 해석하고 다룬 작업이나, 고대의 문자를 다룬 의미는 소재는 다르지만 본래 문화적인 소통이나 언어적인 의미에 깊숙이 들어가거나 담론을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관심인 시각 이미지로 변환하고 그의 조형세계에서 증발해 버린 의미처럼 비워진 이미지와 그 사이 공간에 작가 자신의 상상력을 채워가려는 시도인 것이다.

-평론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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