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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경 <아는사람>

전진경 JUN JIN KYOUNG

<아는사람>
2013. 12. 3 (Tue) – 12. 18 (Wed)

전진경웹자보시리즈1탄

■대안공간 아트포럼리가 지난 2012년 <파견미술가>전을 기획하면서 파견 미술가의 활동이 참여미술, 현장미술의 맥락이 아닌 ‘커뮤니티아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작가가 있다. 커뮤니티 아트의 개념을 공간, 시간, 생활, 인터렉티브로 정리한다면 이에 잠정적 개념, 모순의 권력, 공간의 특수성, 조직의 해체성, 생활의 일상성, 인터렉티브한 양자구조안의 작가 주체성을 더하여 ‘코뮤니티 아트’라 지칭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파견미술가들에 대한 <나를 파견하라> 기획전을 진행한 바 있다.

바로 <아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여는 전진경 작가이다. 2012년 당시 작가는 공장의 폐업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후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이어지고 있던 부평의 콜트악기 공장에 4월부터 작업실을 차리고 노동자들의 이웃으로 생활을 시작했다. 버려진 공장에서 깨알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작업을 하고 콜트공장에서 작가들이 자발적 기획하고 참여하는 게릴라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3년 2월 법원의 행정대집행으로 강제퇴거를 당하기까지 10개월의 시간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신작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빈 공장을 점거하는 것은 스쾃(비어진 공간에 가난한 자들이 임시 거주를 하는 행위)이라 이해할 수 있는 행위이나 공간의 구성원들과의 내밀한 일상 교감은 코뮤니티아트의 개념적인 실천을 했다고 보여진다. 공장에 머무는 동안 노동자들의 이웃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갖는 거라 여겼던 작가는 철거된 현장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이웃을 모티브로 한 작업을 시작했다.

 

「콜트공장에서 머물렀던 그 해는 나의 많은 것들을 치유해주는 시간이었다.

예술가가 현장에 어떻게 접속할지 그 실험이 이루어졌던 공간이었고 빈 공장을 지키는 중년의 남자들로부터 예술가는 존재만으로도 필요한 것임을 증명받았다. 우리는 분명 다른 세계에서 왔으나 그 다름으로 인해 각각의 존재가 더욱 뚜렸해졌고 지지와 연대는 깊어졌다. 공장이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이 공간에서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았고 그것이 나에게 오랜 시간 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중략-

나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 그리지 않으려고 했던 그들을 그린다.

그들을 그리는 이유는 그들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대하는 것을 계속 유보해두고 사는 그들을 지켜보며 그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방식을 관찰하며 세상이 개개인의 인간들과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거꾸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을 그리는 것은 이동호, 방종운, 이인근, 임재춘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경계밖에 선 인간을 그리는 것이고, 경계를 만들고 그 바깥으로 사람을 추방시킨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아는 사람.

나는 딱 그만큼만 안다.」 -작가노트 중에서-

■커다란 사각 화면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떠한 배경도 없이 혼자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 인물들은 모두 네명이다.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느 덧 2500일에 이르렀고 그 시간 동안 개인이 현장과 접속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임쉐프로 통하고 <구일만햄릿>이라는 연극에서 오필리어역으로 열연하기도 한 임재춘씨에게서 유연함을, 해고 이후 일년반 동안 콜트 공장 앞마당에 홀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던 시절에 폭풍우 치는 밤, 날아갈 것만 같은 천막을 붙잡고 간절히 사람을 기다리던 방종운 콜트지회장의 믿음과 절실한 기다림을, 항상 빨간 모자를 쓰고 아침이면 투쟁의 일 수를 새로 고치는 이동호씨의 정직함을, 대표자로서 투쟁의 제일 앞에 의연하게 서 있지만 가장 큰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이인근 콜텍지회장을 그렸다.

콜트 공장에서 함께 지내며 겪고 듣고 느꼈던 상황, 성격, 관계들의 깊이가 얼굴에 담겨져 보는 이와 직면하게 한다. 예술가의 공감은 강력한 단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한지위에 수간채색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들을 살펴보면 재료나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끊임없이 탐구하며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한지와 먹을 고집하기보다 재료로서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이 전통적 재료가 갖는 힘을 중시하는 여느 작가들과 다른 지점이다. 전통적 기법과 재료적 특성에 서양화의 감각을 섞어 결국 회화라는 흐름으로 묶어내는 유연함은 화면에서 이제는 힘으로 느껴지며 회화의 영역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통적 재료를 오브제로써 탐구하는 과정에 다다른다.

■전진경 작가는 1980년대의 두렁이나 노동미술위원회와 같은 한국 미술운동사 중 민족민중미술운동 단체의 활동과 조직적 한계, 성과를 받아 조직적 규율과 운영원리의 다양화를 꾀하며 1999년에 결성된 예술창작집단 그림공장에서 활동을 하다 이후 다른 개념의 무정형 조직적 형태를 가진 파견미술가들의 활동에서도 현장의 중심을 지켜왔다.

현대의 미술(예술)이 갖는 정치적 층위는 동시대를 지탱하는 행위가 아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 실존하는 모든 정치를 몰인식하거나 외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최저 층위로써 불확실성을 모든 카테고리에 퍼트리고 미학적이고 가치 있는 새로운 생산물에 대한 사고를 움직이고 운동하며 재생산하는 변환 행위라 할 만하다. 이것을 예술가에게 대입했을 때 스스로 딛고 있는 모든 지반을 허무는 행위가 현대예술가의 존재방식이 될 것이다.

집단 혹은 조직의 구성원과 느슨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개인의 경계에 있는 작가이며 현대미술 작가로서 탐구해야할 영역, 남한 사회의 근대성과 근대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동시대를 잇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를 했든 아니든 불확실성을 확장시켜 가치를 만들어내고 미학적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것, 타자화 된 정체성과 예술가가 일반에 대한 근원적 역할과 개인이 갖는 모든 지반을 허무는 과정을 실천적 행위와 작품으로 보여주는 동시대 작가의 ‘전형’이며 전진경 작가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훈희(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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