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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우 〈세레머니 Ceremony〉 신선우 〈세레머니 Ceremony〉 신선우 〈세레머니 Ceremony〉 신선우 〈세레머니 Ceremony〉

신선우 〈세레머니 Ceremony〉

 

<세레머니> 웹포스터

 

 

 

 

 

 

■ 전   시   명  : 세레머니

■ 작   가   명  : 신선우

■ 전 시 기 간 : 2020. 05. 12. (화) – 06. 05. (금)

                      *토 10:00-18:00 / 매주 일요일 휴관

■ 장            소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 문            의 : artforum.co.kr T.032_666_5858

■ 기            획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 아트디렉터 : 이훈희

■  큐 레 이 터 : 조은영,유상아

 

 

 

 

 

 

세레머니/ 신선우

 

의식(儀式)을 의식(意識)으로부터

해방하라

조은영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큐레이터)

 

 

누구에게나 끝은 두렵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한 번 쯤은 갖가지 행로들의 종점을 숙고해보기 마련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우리가 기어이 탐구하고자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선견지명으로 동시대를 말하고 싶다던 작가 신선우에게도 ‘오메가(Ω)’는 통찰의 대상이다. 2017년 즈음부터 그의 작업 방향이 크게 바뀌기는 했으나, 오메가 너머의 무언가와 오브제들 사이의 관계성은 그가 꾸준히 천착해오던 주제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신선우 작가는 한동안 점·선·면의 요소를 가지고 물질세계를 이루는 관계망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는 곧 구상의 영역과 전연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무너진 건물이나 폐허, 죽어가는 사람, 나체 등을 콜라주 형식으로 편집하는 방법이었다.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세레머니>에서도 작가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연장해 나간다. 말하자면 시작과 끝, 즉 순환되는 알파(Α)와 오메가에 관한 고민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온 순간, 짐작건대 몇몇 관객들은 혼란에 빠져버릴 것이다. 여러 나라와 다른 시간대의 공간, 그리고 갖가지 소스들이 작품에 혼란스럽게 뒤섞여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명 ‘세레머니’를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의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면, 사실 각각의 요소들은 그저 그것대로 거기에 있을 뿐이다.

 

‘세레머니’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각종 의식(儀式) 정도가 된다. <밤이 오기 전에>와 <몸>, <세레머니>와 같은 작품들은 한 눈에 보아도 우리에게 익숙한 배경은 아니다. 예컨대 <밤이 오기 전에>의 해변가와 이국적인 가옥, 식물군 등은 이곳이 남아프리카 근방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좌측 산마루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기둥은 생뚱맞게도 고대의 코린트식 주두이다. 더욱 기이한 것은 화면 중앙에서 굿판을 벌이고 있는 무당이다. 그는 흰 수건을 허공에 뿌리며 살풀이, 즉 세레머니를 거행하고 있지만, 뒤편에 놓인 비치 체어는 마치 관객을 위한 자리로 남겨진 듯 공허하게 비어 있다. 빈 의자는 ‘밤이 오기 전에’라는 같은 제목이 붙여진 또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 잠시 이 자리에 앉아있다고 상상하며 한 화면에 차곡차곡 쌓인 오브제들을 바라보자. 분명 각각의 개체들은 고유의 의미와 기능,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생경한 공간 안에 이것들이 살을 맞대고 놓였을 때, 우리는 표면적인 현상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고착화된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조형 언어를 통해 뒷받침된다. 색채가 대표적인 예이다. 신선우 작가의 작품들에는 전반적으로 분홍색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남자라서’ 분홍색을 더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발언은 핑크를 여성의 전유물로 보는 이원적인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높은 채도의 분홍색은 작품을 보는 관객이 습관처럼 굳어진 구조로부터 탈피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한편 분홍색은 <플랫폼>, <세레머니>, <분홍 에펠탑>, <미완> 등에서 차례로 이어지며 전시장 내의 통일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때로는 화면 내에서 강하게 부각되며 다른 색채와 뚜렷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기실 작가는 보이는 그대로 현실을 모방하는 일루전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개체들이 보는 이의 시야에 명확하게 감지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관객은 기정사실화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자유롭게 유영한다.

 

결국 나름의 목적을 지니고 있던 여러 의식(儀式)들이 고착된 의식(意識)의 작용에서 해방되어 한 화면에 무한히 응집될 때, 마침내 새로운 약동이 시작된다. 바스라지고 와해된 잔해와 서로 다른 문화 의식들을 조립하여, 또 다른 오메가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알파’를 창조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이 과정에서 본인의 목소리마저 내던져버린다. 사물과 공간 개체들이 창작자에 의해 생성되는 것을 ‘허락’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체의 창조 작업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작업이 아닌 사변적인 것에 무게를 두는 행위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트포럼리의 올 한해 지향점이 인간과 나머지 세계를 갑과 을이 아닌 ‘평등한 객체’로 재설정하고 예술가의 시야를 객체의 위치에 두는 것임을 참작한다면, 신선우 작가의 의도는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다. 오브제의 의미를 끊임없이 다시 씀으로써 무한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는 작가의 신념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무궁무진한 사유를 즐겨보기를 바란다.

 

 

 

 

세레머니,162.2×130.3cm,oil on canvas,2020

세레머니,193.9×260.6cm,oil on canvas,2020

세레머니,162.2×130.3cm,oil on canvas,2020

 

몸-72.7×90.9cm-oil-on-canvas-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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