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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2015 해외 이종교배 프로젝트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참여작가 :이광 (Lee Kwang),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 우도 져스크 교수(Prof. Udo Dziersk)

전시일정 : 2015.09.01(화) ~ 2015.09.25(금)  *Artist Talk 2015.09.04(금) 16:00 / 오프닝파티 2015.09.04(금) 18:00

 

독한쿤스트verypainting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 미술 협회 쿤스트페어라인64 (Kunstverein 64 e.V.) 이사진 3인 내한전시– 국가의 지역과 지역간 교류 확장을 의도한 아트포럼리의 이종교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9월 1일부터 25일간 부천의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에서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전시가 열린다.
또한 참여 작가이자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우도 져스크 교수의 강연회 – 독일 현대 미술의 현장성’과 오프닝파티가 9월 4일 14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닌 지역과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서로를 예술로 관통, 교류하는 프로젝트로 국가라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모호한 틀을 걷어내고, 오로지 도시와 도시, 그 속에 사는 사람과 사람에 대해 주목하여 한 단계 더 밀도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기획한 국제 ‘교류를 위한 교류’ 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우도 져스크교수(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와 이광, 세바스찬 루드비히는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 미술 협회 쿤스트페어라인(Kunstverein 64 e.V.)의 이사진이기도 하다. 독일의 신표현주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세명의 작가들은 독일에서 작업한 15점 이외에도 한달간 부천에서 체류를 하며 채집한 이미지들과 드로잉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대안공간 아트포럼리는 부산에 위치한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와의 교류 프로젝트로 <이종교배>전을 작년에 이어 올해 5월에도 상호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독·한 쿤스트 very painting’ 전은 국내 도시별 교류를 넘어 해외 도시(뒤셀도르프와 부천)와의 교류를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대안공간이 지향하는 대안과 해외 비영리단체와의 만남으로 지역과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지역과 국가간의 예술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는데 의의가 있다.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very painting’의 세작가들

강성원(미술평론)

‘very painting’을 타이틀로 독일작가인 우도 져스크와 세바스티안 루드비히, 한국작가인 이광의 전시가 열린다. 이들 세명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페인팅 작가로 모두 동시대 독일회화정신을 대표하는 마르쿠스 루퍼츠(전 뒤셀도르프대학 교수)의 제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우도 져스크는 현재 뒤셀도르프 미술 아카데미의 최연소 교수로 동시대 작가들을 길러내는 독일미술교육현장의 최정예 전문가이다.
’회화의 복권‘이 다시금 운위되고 있는 동시대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일 베를린에서도 <페인팅 포에버>전이 개최됐고 그리고 얼마있다 한국 미술계에서도 ’그림/그림자-오늘의 회화‘라는 제목으로 회화의 복권을 운위하는 전시가 열리면서 우리 미술계에는 의아해하면서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회화의 복권‘ 문제에 대한 약간의 소란스러운 말들이 오간지 오래지 않다. 그리고 지금 독일 전후 세대 회화전통이 해온 강력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탐구의 계보를 직접 계승한 이들 동시대 독일 회화정신의 대표주자들이 스스로 한국에서의 레지던시를 자처해 이곳에서 ’very painting’을 이야기 하고자 하고 있다. 이들이 ‘very painting’을 주제로 한 이곳에서의 작업들을 선보이면서 한국 미술계에서 회화의 복권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 보인다.
그간 상업화랑 등에서 리히터나 바젤리츠 등 독일 전후 세대들의 세계적 대표 작가들 작품들 일부가 소개됐었다. 소개됐다기 보다 일반인들도 화랑 등이 주로 자체 목적으로 선보인 이들의 작품을 겸사겸사 ‘구경’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우도 져스크와 이광, 세바스티안 루드비히의 전시는 우리 미술계 현장 속에서 자신들의 ‘very painting’ 이슈를 제안하는 자체 기획의 예술실천적 맥락을 그 미적 핵심으로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 미술계에 스스로 걸어 들어오고자 한다는 점이 다르다. 독일 미술의 ’very contemporary’ 상황이 단지 그 작품으로서만 먼 이국까지 이송되어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몸과 마음이 움직여 우리 미술생활의 현장에서 이들의 ‘예술의지’가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very painting’을 말하는 이 세 작가 중 독일작가인 우도 져스크와 세바스티안 루드비히의 작품구성은 기본적으로 ’콜라주‘에 의한다. 우도 져스크 작품에서 ’콜라주‘는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에게 콜라주가 필요했던 것과는 다른 미적 차원을 지닌다. 져스크에게 콜라주는 세계의 전혀 다른 이질적 타자성들에 대해 하나의 평면 속으로의 조화로운 공속성(belonging together)을, 미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사실 이질적인 것들의 미적 조화는 현실의 세계에선 그 이념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현되기 힘들다.
우도 져스크는 이질적인 서로 다른 역사적, 문화적 가치, 나아가 지역의 역사적 정당화와 정당화 관련 서사들과 상징들, 그 각각의 리얼리티의 각자 도생의 이념들을 마치 영화감독이 작품 줄거리 편집상 필요해서 장면을 커트해가듯 이미지를 조율해나간다. 각 장면들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면들의 페이드 아웃과 페이드 인을 조율하면서 각각의 역사적 소스들이 서로에게 상생적인 효과가 나도록 하나의 미적 장면으로 연출한다. 작품전체를 구성하는 연금술적인 선의 헤게모니를 통해 각 부분들의 미적 타당성에 방향을 제시하며 서로간에 어울리게 돋보이거나 아니면 먼 공간의 배경 속으로 희생하면서도 서로에게 타당한 미적 근거로 배치함으로써 각 부분들의 미적 이질성과 저항을 ‘생동적 생성’을 향한 자발적 감응(correspondence)으로 통합한다.
우도 져스크의 이러한 작업은 언뜻 매우 비정치적인, 미적인 고귀함의 평정심을 산출하기 위한 ‘예술을 위한 예술’ 작업 같기도 하지만, 독일 전후 세대 독일 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독일정신의 역사에서 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시사점을 지닌다. 독일의 ‘very painting’이 예술의 정치성을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우도 져스크의 페인팅은 이런 지점의 차원말고도 내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우리의 페인팅들에 대해 생각이 미치도록 한다. 우리에게 알려지고 실제로 소개된 독일 전후 미술작가들의 작품들은 그 미술사의 이념적 특성에서 먼저 읽혀지고 받아들여져왔다. 하지만 특히 우도 져스크의 작품들을 보면서는, 탈이념성을 추구한다는 작가의 말대로 이런 저런 미술사적 맥락에 대한 선입관 없이 그의 작품을 보게 되면,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페인팅’이라는 유럽 미술의 오랜 역사적 힘이다.
‘힘’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페인팅으로서의 미술이 지닌 유럽에서의 깊이, 아니면 좁게는 독일에서의 깊이랄만한 것의 심연, 혹은 그 예술과 필력의 내공을 본다는 것이다. 언뜻 내공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하기 힘든, 어떤 질적으로 매우 강력한 그야말로 장인 혹은 미적 기술이라고 할만한 것을 전통의 바탕이자 힘으로 하면서 숭고한 매력으로 대상을 표현해내고 혹은 화면을 구성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보아온 한국작가들의 페인팅을 굳이 뭉뚱그려 보자면, 어떻게 보면 ‘전통없는’, ‘그저 회화적’ 나아가 미술적 재능의 학부시절 배운 기술 혹은 잘해야 원래 타고난 미술적 재량이 그 위에 조금 덧보태진, 이차원적 평면이라는 어떤 일시적인 표면을 덧씌운 것으로써 우리 근현대미술을 형성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든다.
우리 미술작품들에는 어떤 강건한 역사적 전통의 실체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한국의 근현대미술에서의 이런 저런 페인팅들이 이런 생각에 이어지면서 한순간 주마등처럼 미술사조나 이념외에는 별다른 전통이나 맥락없는, 맥없는 것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차후 이런 특성에서 우리 근현대미술의 정체성과 우리 미술의 전통 관련 새로운 문제지점들을 읽어볼 수도 있겠다.)
한국인 작가 이 광의 작품은 독일 전통에서의 ‘very painting’의 아시아적 범신적론이며 여성주의적 자연관의 특색을 띈다. ’여성주의적‘이란 표현은 사실 작가 이 광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설명에 사용하지 않은 개념이다. 하지만 다보스의 자연풍경들을 직접 만든 템페라로 그려낸 일견 표현주의적인 이 광의 작품들은 사실 독일 표현주의 작품이나 그 이전의 프랑스 후기인상주의나 초현실주의와는 달리 기존의 남근적 세계상, 존재하는 외관상의 자연이나 사회적 세계가 아닌 탈 중심적 생활의 눈으로 대상을 인지, 수용하면서 얻게 된 이미지로 느껴져서 필자가 붙여본 형용어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명의 근원에 맞대있는 대상으로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며, 사물과 자아의 존재의 연쇄를 차별이 아닌 세계에 편재하는 동일성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여러 생활적 단상이나 관념들을 이러한 사물들에 반사해 물활론적인 이미지로 드러내는 그녀의 비원근법적인 시각상은 존재의 연쇄의 한 부분들인 모든 대상적 실재들을 코뮨의 보편적 존재로 만든다. 하나하나의 작품 속 점들의 지평 곧 존재자는 범신론 속의 모나드들이다.
이러한 시각상은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위 여성주의적 문화가 구축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상에 가깝다. 화면 전면에 균등하게 배치된 각각의 에너지들의 모나드와 그들사이의 물 흐르듯 유기적인, 열렸다가 닫히기도 하고 뭉쳤다가 머뭇거리듯 헤어지기도 하는 페인팅 자욱의 유혹들은 구체적인 섬세한 여성적 자아의 주관성의 파도처럼 유유자적 그러면서도 강렬하게 넘실대듯 자신을 표현한다.
세바스티안 루드비히의 작품은 콜라주의 매우 특이한 동시대적 지평의 또 다른 국면을 담보한다. 그리고 그의 콜라주는 스스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시대성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적 정신의 표상 곧 의미있는 이질성의 새로운 유토피아,그 유토피아를 향한 건축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사회미학적 실험들이 압축적인 콜라주로 표현된다. 우리는 하나의 창작원리가 스스로 자율적인 체계가 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시스템의 진보 방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일련의 섬세하고도 다단계적이고 다차원적인 구성의 과정과 해체와 실험이 요구되는지를 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점에 그의 작업의 온 의미가 걸려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들의 종합과 해체, 그리고 의미있는 것들의 다양한 유토피아적 의미화 시스템의 다시 또 다양한 차원에서의 재설계, 다시 이 과정을 또 다른 다음 단계로 반복해나가기. 이 과정에는 지난한 정신의 긴장과 집중, 방향성의 자각화와 추진력의 집요함이 동반된다. 이를 통해서만 또다른 사회 실체로서의 새로운 동향과 전망의 세계 구축이 비로소 가능하다.
이러한 의지는 그 자체로 예술이요 실천적이다. 정치적 실천이다. 그의 페인팅은 이 과정을 일상에 다시 매개하는 기념비적 기록작업에 다름아니다. 그의 페인팅은 이 과정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한다. 그에게 회화는 이 과정의 기념비적 모뉴멘트일뿐이다. 즉 정치적 실천 이후의 미적 그림자일뿐이다. 우리는 예술적 실천은 새로운 사회적 현실의 구축을 위한 정신적 설계요 실험이요 영감적 시도라는 사실을 그의 작업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국제미술협회 Kunstverein64 e.V.(쿤스트페어라인 64) 협회소개

국제 미술 협회 Kunstverein64 e.V.(쿤스트페어라인 64)는 베를린에 위치한 비영리 법인 단체로써 2015년 3월 1일 이광(Kwang Lee), 우도 져스크(Prof. Udo Dziersk),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가 설립하였다. 오늘날 베를린은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국제도시로 많은 예술가와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 기관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세계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정치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Kunstverein64 e.V.는 동서양 현대 미술 교류를 추진하는 예술 단체로 주요 목적은 예술가 지원을 통한 예술 환경 개선과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풍부한 네트워킹을 형성하여 국제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과 독일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이슈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각각의 프로그램은 특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진행된다. 주된 활동은 전시 기획이며 이와 함께 전시 연계 프로그램 및 학술회를 함께 진행한다.
(공식 홈페이지: http://kunstverein64.com)

 

작가와의 대화_ 2015. 09.04  16시@아트포럼리

                            우도져스크, 세바스티안 루드비히, 이광,  

                            이훈희(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대표), 강성원(미술평론)

통역_이광
정리_이주연

 

이훈희

이번 전시회는 작년부터 독일 작가들과 논의가 시작되어 진행한 첫 번째 교류전입니다. 아트포럼리는 2003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5년주기로 지향점을 찾아 점검하고 목표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작년(2014년)에 ‘이종교배’라는 지역과의 교류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을 해보았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부산에 있는 대안공간인 오픈스페이스 배와 말이죠.
그리고 연달아 독일과의 프로젝트 논의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해외교류전은 저희로서도 처음이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이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교류전이라기보다 교류를 위한 교류전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대안공간들의 역할과 상황 그리고 운영 시스템에 대한 차이점으로 인해 작가분들이 많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합니다.
이제 돌아가실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한국도 더 많이 보여주고 싶고 음식도 더 많이 소개해 주고 싶어요. 신기한 음식 경험을 많이 해 주고 싶었는데 개고기는 못 사드렸고 해서 엊그제는 게를 많이 사드렸습니다. 부천의 유명한 ‘봉순게장’에 가서 간장게장이랑 양념게장 맛을 보여드렸어요. 진짜 맛있게 잘 드시더라고요. 이제 독일에 가면 뭘 먹냐며 빵은 못먹겠다고 하면서요.(웃음)
오늘 전시오프닝 파티 시간이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 전시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안전하고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우도 져스크

음, 우선 저희를 초대하고 이렇게 전시 할 기회를 주셔서 이훈희 대표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신 이광작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이름은 우도 져스크입니다. 일단 작품이 설치된 1층 공간에서는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아래 내려가서 조금 더 구체적인 예술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보여 지는 작품은 2008년에서 2012년까지의 작품들입니다. 작품 재료는 캔버스에 유화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전체를 다 설명할 순 없고, 몇 점만 뽑아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첫 번째 그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애기 원숭이 형상이 이렇게 어깨에 걸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먼저 스케치를 한 것을 바탕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재료로써 먼저 수많은 스케치를 합니다. 이렇게 쌓인 드로잉은 사진 이상의 역할을 하는데 직접 다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 시안이라는 곳에서 강사로 일을 했었는데 그때 그렸던 스케치이고 그림은 뒤셀도르프에서 완성하였습니다.

제 그림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현재성, 현실성을 반영하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하나는 어떤 형상성인데 그 형상성은 입체를 만들고 그 입체가 그림 안에서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면 까치라든가 돌과 같은 입체형상 말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선적인 요소입니다. 그 선적인 요소가 어떤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조형적인 역할도 할 수 있는데 그림에서 입체성, 형상성하고 선적요소가 어떤 연결이 되어있어요. 그 선적요소는 어떤 의미, 언어적 상징성을 가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림으로서의 조형성을 내포할 수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세 번째 중요한 요소는 배경입니다. 공간감을 깊게 만들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서 겹쳐 그리기를 합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며 근원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시기에 4명의 전혀 다른 교수님을 통해서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전혀 다른 영향들을 받아서 지금 말씀드리는 요소들이 각기 나뉘어져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지금 말하는 세 가지 요소, 형상성, 선적요소, 그리고 배경이 그림에서 늘 나타나는 것입니다.
작업의 주제는 제 삶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일상성들, 그리고 체험에서 우러나는 어떤 기억들입니다. 어떤 소재라든가 주제를 놓고서 꼭 그것을 하겠다고 해서 펼쳐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제가 스치는 수많은 삶의 체험과 모습들을 담아내고 그것들은 우연적입니다.

 

세바스찬

이 그림이 어떻게 제작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래에 내려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그림은 얘기하자면 제가 무술을 좀 하는데, 그 무술과 관련된 작품입니다. 수련을 할 때 깔고 하는 매트 뒷면에 보이는 무늬들을 가지고 작업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매트 아래에 먼지라든가, 아주 더러운 것들이 저절로 쌓여서 만들어진 흔적인데, 매트를 살짝 들어보니까 그 밑에 완전히 추상적인 그림이 들어있었던 거죠. 그것을 발견한 겁니다. 매트가 있고 매트로부터 찍힌 또 다른 새로운 형상이 있는데, 하나는 포지티브라고 말할 수 있고 하나는 네가티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굉장히 회화적인 형상을 발견하고 더러운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종이작업도 연관하여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옆의 두 개의 작업은 서로 연관성이 있는 작업입니다. 작품‘o.T’는 ‘Druk’의 부분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건축가들이 선을 복제해 낼 때 사용하던 방법인데, 종이와 종이를 한 번 더 찍어 내는, 말하자면 ‘판화’와 유사한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개의 종이가 있으면 역시 똑같이 하나는 포지티브, 네가티브인 것처럼 찍어내는 기법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찍어낸 형상 위에 계속 그림을 그린 작업입니다.
약 1700년대에 있었던 일러스트 하시는 작가이면서 연구를 하셨던 분이 그린 그림이 이것의 보기가 되는 작품입니다. 그분이 여러 가지를 하셨는데 그중에서 특별한 하나가 ‘노아의 방주’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그 작업이 좀 특이한데, 물론 지금 작업이 없기 때문에 설명하기 조금 어렵지만 유명한 사진작가인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작업과 아주 유사한데요. ‘노아의 방주’가 신발장처럼 원금감이 전혀 없는 상태로 쫙 펼쳐진 그림이었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일러스트 작업을 바탕으로 3차원, 입체적인 작업으로 모델링을 하나 만들었고 그 입체작업을 제가 다시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찍은 것을 다시 인쇄하여 또 다시 그것을 평면화 시켜서 제 조립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3차원 작업을 또 다시 2차원 평면으로 옮기고, 2차원 평면이었던 것을 또다시 3차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여러 번 하면서 만들어진 독창적인 형상입니다.
‘케네스 앵거’라는 1960년대의 실험적인 독립영화의 대부인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그분의 작업 중에 ‘스콜피오 라이징’이라는 작업으로부터 연유한 작품입니다. 케네스 앵거 감독 작업의 특성은 하나의 필름 안에 여러 가지 전혀 상관없는 상반된 주제라든가 소재를 함축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분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제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그 감독의 작품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감사하고, 다른 얘기는 내려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광

광 : 바쁘신 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작가님 소개는 다 했고 제가 저희 ‘쿤스트페어라인 64’에 대해서 잠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베를린에 설립한 미술협회로 국제 교류를 주로 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기획한 프로젝트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무엇보다 한국 관련되어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그중에 저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북한 관련 프로젝트입니다. 독일도 분단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독일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역사가 굉장히 많고, 그것이 예술적인 형식으로도 유사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독일은 이미 통일 되어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한국 역사에 있어서 통일과,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문화적 정체성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저희 협회는 유럽과 아시아, 한국과 독일의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협회 활동과 관련해서 저희가 특별히 운이 좋게 모신 분이 강성원 선생님이시고, 저희가 머무는 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이제 제 작품 설명을 조금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사람이고 제 안에 서양적인 것도 좀 들어있고 동양적인 것도 좀 들어있어요. 사실 생각하는 것도 저 자체는 감정적으로는 동양의 모습도 이해를 하는데 사고 체계라던가 일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는 서양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었고 이후로는 추상화 작업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자체는 추상화이지만 무엇을 그리는지 어떤 형상성이나 대상성은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요. 이번에 가져온 것은 제가 최근에 작업하고 있었던 4원소 중에서 물이라는 것에 관련된 작품 5점과, 그와 관련된 수채화 몇 점이 있습니다. 물은 4원소 물, 불, 흙, 공기 중에서 노자의 도덕경과 연결하여 저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주제입니다. 가장 동양적이고, 물을 통해서 저 역시 작업하면서 쉴 수 있습니다, 제가 베를린에 살 때 가장 인상깊은 것이 자연과의 교감 그 가운데 특히 밤풍경이었습니다. 밤에는 대상을 볼 수가 없잖아요. 어두우니까. 어둠 안에서도 빛나는 존재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 작업을 해본 것입니다. 제 그림은 여기까지 설명을 하고 작가들과 평론가, 기획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훈희 : 독일의 뒤셀도르프라는 지역에 중심을 맞추어 독일 컨템퍼러리 미술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우도 교수님께 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도 :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는 1820년에 설립되어서 거의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화와 고전적 의미의 조각에서 굉장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5년 오늘날 까지도 사진, 비디오 작업이 있지만 그 회화와 조각분야가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1820년 설립이후로 200여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그때당시 있던 수많은 교수진 및 유명작가들이 북미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뒤셀도르프에 계셨던 그 작가들은 당시에도 혁신적인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적인 작업을 하셨고 그로 인해서 미술의 역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말하는 현대적인, 선구적인 요인들이 오래된 전통이구요. 1900년대, 2000년에 와서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백남준 선생님은 뒤셀도르프에서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에 하나입니다. 그 플럭서스 운동이 전개되었을 때 뒤셀도르프에서 아주 혁신적인 인물이셨지요. 그 나치 바로 이전까지 프로클린 독일 작가가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셨습니다. 그리고 게르하르 리히터, 마쿠스, 조각가 토니클린 선생, 피터 도이크, 외국 작가들도 많이 계신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훈희 : 작품을 보고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하면서 다 같이 질문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먼저 질문을 드리면 세바스찬, 우도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공통적으로 꼴라쥬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가지고 다시 평면화 시키는 작업들 진행합니다. 신기한 것은 우도 선생님은 계속 스케치를 해요. 저희 레지던시 스튜디오에서 지내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산책을 나가서 계속 스케치를 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가져와서 그것을 다시 평면화 작업을 하는데 어쨌든 꼴라쥬의 형태를 취하고 있죠. 세바스찬 작가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구상한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경우에는 프린트해서 붙여서 꼴라쥬를 할 텐데 세바스찬의 경우에는 그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오리고 입체를 만든 후에 이미지를 다시 촬영해서 프린트하고 다시 평면화를 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똑같이 이미지 채집을 하는데 우도 선생님이 컴퓨터를 잘 못 다뤄서 그런지, 세바스찬의 나이가 젊어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세바스챤 : 제 생각에 지금 이훈희 대표가 물어보는 질문이 왜 하나는 스케치를 진행하고, 하나는 사진 등의 본래의 이미지를 사용하는가에 대한 부분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아마 공부한 시기가 달라서 그런 것 같고, 세대의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작가들이 작업을 할 때 본인마다 관심을 풀어내는 방법이 있는데, 제 경우에는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둘러싼 사진, 영상, 옛날작품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경험들, 그것들은 이미 우도 선생님이 격었던 시기와는 다른 것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도 : 세바스찬의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저 이후의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세계관의 차이라고 봅니다. 시기적으로 1980년에서 1990년대 이후의 작가들은 모든 장비가 가능한, 모든 것이 홍수 상태였죠. 사진작업, 비디오 영상 수많은 것들이 이미 세바스찬 세대에서는 그 자체로 다 공존하는 재료였고, 제가 공부했을 때 게르하르 리히터 등 수많은 작가들은 그야말로 회화 그 자체로 공부를 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제가 공부했던 시기에서는 지금 세바스찬 작가가 가졌던 모든 것들이 공존하던 때는 아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보충을 좀더 하자면, 2003년부터 제가 교수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작업을 관찰해본 결과 이제는 세바스찬 작가와도 또 다른 세대적인 진보가 있는데 지금 공부하는 젊은 작가들은 모든 매체와 재료가 가능한 것 안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회화장르라던가 조각이라던가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고 지금 말한 모든 것들이 다 가능한 홍수의 상태라고 봅니다. 제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런 부분이 달라짐 점이고 이제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세대를 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신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이라는 것은 다 좋기 때문에 편하게 해주시면 좋겠네요.

 

질문 : 각자 그림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훈희 : 지금 너무 작업에 대한 방법적인 이야기들만 오고가고 있는 것 같긴 하네요.

 

우도 : 개인적으로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상사, 종교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제가 살고 있는 집 정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히 그 위에 더 높은 단계의 거창한 주제는 없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했던 그림의 중요한 요소 세 가지가 제가 가지고 있는 언어입니다.

 

강성원 : 이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도의 작품과 전시의 제목인 베리 페인팅하고 연결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듣고 싶네요.
베리 페인팅이라는 의미하고 우도의 작품은 일상생활 가운데 그림을 그린다고 할 때의 행위와 제목과의 어떤 연결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우도 :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일상입니다. 제 삶에서 나오는 소재라는 것도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행위, 물감을 다루는 것도 그 자체가 일상적인 것입니다. 특별히 회화적인 역할과 분리해 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강성원 :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 볼께요. 베리 페인팅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짧게 듣고 싶네요.

 

세바스찬 : 문법적으로는 베리 페인팅이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 제목이 굉장히 흥미가 있습니다. 오늘날 이 말이 우리에게 수많은 매체, 장르라는 것이 가능한데 왜 회화라는 것을 강조한 제목을 짓게 되었는가, 말 그대로 회화를 강조하는 타이틀입니다.

 

강성원 : 그러니까 왜 강조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그러니까 왜 회화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광 : 지금 강성원 선생님께서 궁금하신 점이 그야말로 세바스찬 작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수많은 매체와 장르가 가능한 오늘날 왜 하필이면 회화이냐 그것에 대한 질문이세요?

 

우도 : 저는 회화 아닌, 다른 건 못해요. 제가 공부한 학생 때도 그렇게 교수가 된 이후로도 회화 자체가 전부라서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고 중요합니다.

 

세바스찬 : 저에게 회화라는 것은 다른 매체와 장르 중에서도 가장 느린 작업입니다. 제일 어렵고 느린, 사진에 비해서 회화로 작업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사진은 평면작업이지만 물감을 쓰는 것은 물감을 두껍게 바를 수도 있고, 물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참 많기 때문에 저에게는 절대적인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적으로 회화라는 것은 사진하고는 다르게 찍은 다음에 인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직접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물감을 누르거나 흐리게 하거나 어떤 형태도 굉장히 직접적이라는 것 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속도감 같은 것이 있는데 느리게 하던 빠르게 하던 제가 원하는 가장 직접적인 전달이 되는 매체로 회화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상 물감을 흐트리면 흐트러지는 것이고 물감을 정리하면 정리되는 것도 직접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회화입니다.

 

 

강성원 : 대답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 회화가 어려운 작업이라서 하고 싶다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최근에 내가 들은 회화에 관한 말 중 가장 참신하네요.

 

우도 : 회화는 제가 생각하는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이훈희 : 아까 질문하셨던 각자 작업에 대한 주제에 대해 우도의 답변은 들었는데, 세바스찬의 답변은 못 들었네요.

 

이광 : 작업의 주제가 무어냐고 한다면 우도 선생님은 주제가 없는 거죠. 일상 삶 자체가 이미 그림이기 때문에.

 

세바스찬 : 우도 선생님과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볼 때의 차이점은 저는 주제가 여러 개 입니다. 우도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주제 없이 모든 것이 다 가능한, 삶에 유추되는 가능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저 역시 그런 일상성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많은 차원의 수많은 주제들이 있고 그것들을 종합하기도 하여 그것 가운데 체계를 잡기도 합니다.
최근의 작업 중에서 찍기 기법으로 그려진 그런 그림들, 종이 작업들 까지도. 그 안에 가지고 있었던 주제를 굳이 말하자가면 거기에는 추상성과 구상성 그 두 가지를 오가는 긴장감입니다. 저는 원래 대상이 있는 구상작업을 해왔었는데 제 생각에 그 구상적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이 있는 소재를 끌어와 그린다 하더라도 이미 그 소재는 나름대로의 추상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 이전의 것들은 대단히 대상성, 물성이 중요하여 물질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면, 새로 하고 있는 작업은 추상성이 중요하며 그것에는 구상성이 필요합니다.
아까 말했던 그 운동매트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 작업인데 그 뒤에 만들어진 우연적인 흔적이, 이것이 또 다른 어떤 대상성이 되는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이것이 추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기존에 하고 있었던 작업하고 유사한 문제점에 부딪혀서 역시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추상회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 무엇인지 본인이 알 수 없을 때 추상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보는 사람에게는 그게 추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그림들은 굉장히 사실적인 그림입니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형상이 추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대상성으로 들어가면 그것이 굉장히 확실한 형상이라는 것이죠.
그림을 그리면서 원래 있었던 그 자체가 무엇인지 망각하게 되는 것,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알게 되는 것, 그 사이의 긴장감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추상과 구상 사이의 긴장감입니다.

 

강성원 : 두 분의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끼어들어서 제가 본 두 분의 입장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이자면 이런 부분들 덧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분의 대답은 굉장히 정치성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사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현재 독일의 동시대 과제 앞에서 나온 대답이라는 거죠. 어떤 식의 대답이냐면 우도 선생님은 자기는 전혀 그런 주제의식이 없다고 했지요.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사실 그것은 전후 독일미술이 걸어왔던 나치미술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독일의 노력 가운데서 작품 내에 어떠한 이유의 고차원적인 주제의식, 사회적인 모든 주제의식에 반대한다는 의식이 있어요.
독일 현재 동시대의 미술 안에 좌든 우든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 안에서의 미술을 추구하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사실은 이런 자세가 가지고 있는, 독일이 전 세계를 향해서 우리는 아무런 이념도 가지고 있지 않아 라는 의식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고요.

지금 세바스찬이 하고 있는 그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 하면은, 구상과 추상이라는 두 개의 관계라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구상과 추상의 싸움이라는 것은 전쟁 전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그 세계와의 싸움이 아직도 독일 지식인들, 화가들의 머릿속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미적인 과제라는 거죠. 추상과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비정치적인, 반 정치적이 제스쳐를 취하고 있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고민들을 안고 있는 과제들이라는 거죠. 그 과제들을 뒤쉘도르프 교수로서 작가로서 사실은 독일을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거죠. 독일의 미학의 정치적 내용을.

 

이훈희 : 독일과 한국의 개념이 아니라 뒤셀도르프와 부천, 국가와 국가를 따지면 정치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서 로컬과 로컬로 접근했어요. 서로 다른 지역인데 되게 궁금했거든요. 독일 뒤셀도르프는 왜 표현적 방식을 쓸까? 그렇게 칼 같은 사람들이. 이런 아주 건조한 나라에서 예술은 표현주의적 방식으로, 나치이전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저희공간은 사실상 특징적으로 보면 중요한 전시로 ‘현장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것과 이것을 어떻게 맥락을 맞춰나갈 수 있을까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판단해가며 형태지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런 공통점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를 강성원 선생님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이제 광작님의 대답을 들어봐야 할 차례입니다.

 

이광 : 제가 그림 그리는 주제는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독일에 산지 17년 정도가 됩니다. 어떤 것들은 굉장히 동양적인 것이 들어있고 어떤 것들은 굉장히 서양적인 면이 들어있고, 또 작업도 저 안에 여성성이 들어있기도 하고 그 외 남성성이 들어있기도 해요.
강성원 선생님께서 쓰신 평론글에 제 그림이 여성적이다 해주셔서 그런 관점으로도 제 그림을 볼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특히 여기는 한국이니까. 만약 독일에서였다면 또 다른 관점으로 제 그림에 대해서 논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일단 그렇게 여성적인 면을 보여줘서 굉장히 감사한 생각이 들고, 저 자체는 그림을 그리면서 실은 동양적인 기운생동이라던가, 동양화에 있는 수많은 그림의 언어적인 것들을 훗날 공부를 했죠. 독일에 있으면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 동양적이 무엇인지. 근데 그거를 제가 동양화 적인 해석방법으로 제 그림에 적용을 시킬 수는 없더라고요. 독일이다 보니까 그림 안에서,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집짓기하고 유사해요. 체계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만큼 그림으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어떤 집을 지어서 어떻게 해나갈까. 그것이 아마 제가 오랜 시간 뒤셀도르프에서 공부했을 때 그야말로 ‘바후쿤스트’라고 그림을 집짓기 식으로, 체계적으로 그려나갔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기를 다 거쳐서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걸 그릴 때가 왔다 했을 때는 제가 베를린에 살게 되었을 무렵입니다. 그 이후부터 저한테 굉장히 중요했던 게 자연이에요. 그 부분이 강성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 왜 자연인가. 저는 무화라는 동양사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이 자기 안에, 나만이 존재의 중심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하고 하나의 일치가 될 수 있는 그런 사상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실은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를 추구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는 서양적인 그림을 그리지만은 제 안에서 저를 끌어가고 있는 철학은 동양적인 사상이 있습니다. 굳이 저도 말로 어떤 주제로 그리는가 한다면 4원소의 흙이라던가 물이라던가 이런 요소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동양의 심오한, 우리의 철학적 체계하고 서양의 위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집짓기 방식을 서로 합쳐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답변이 잘 되었나요?

 

이훈희 : 원래 예정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어서요.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질문 : 우도 작가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작업을 보면 형태감, 선, 배경을 겹쳐 나가는 밀도감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관람자이잖아요? 내가 보기에 조형적으로 굉장히 세련된 그림이에요. 근데 나는 저분의 경험 안에 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는 그림과 그냥 마주했을 때, 작가의 해석이 없었을 때, 나는 저분의 그림을 조형적이고 세련되게 화면을 구상했다는 것 이상의 감흥을 느낄 수 없었어요. 계속 우리는 미술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회화라는 것이 어떻게 흘려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내가 만약에 작가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보았을 때, 저는 정치적이다 비정치적이다 그런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관람자가 본인의 그림을 아름답고 세련되게만 느끼기를 원하는지,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의 본인의 철학인지.

 

이광 : 예, 질문은 다 이해했는데요. 조금 더 간단하게 정리해주시면 좋겠어요.

 

질문지 : 정리하면 미술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나,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장르 중에 하나인데요. 언제부터인가 회화 장르의 한계를 정리하는 것이 있었다고요. 회화라는 것이, 미술이라는 것이 자기 만족을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했을 때 우도의 작품이 지금 관람자가 느끼기에는 내가 뭘 어떻게 느껴야 할지를 모를 때 그냥 조형적으로 느낌 좋은 그림으로 느껴지기를 원하는 건지 궁금해요.

 

강성원 : 그것만 질문하면 될 것 같아요. 보기에 아름답고 느낌 좋은 그림으로 우도의 그림을 봐주면 그걸로 우도는 만족하는 건지.

 

우도 : 저는 직업적 화가입니다. 그림에 미학적인 측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성이라던지 그림의 요소 같은 것들은 그림을 그려가면서 어디에 어떻게 물감들을 사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저의 사적인 것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저는 회화에 대한 관람자 사이의 이해도에 관한 내용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게 얼마나 난이도가 대단한 작업이고, 또 그것들이 쉽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물감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에 어떤 형상을 배치하고 수많은 조형적인 언어자체를 다루는 것이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모란디가 다섯 개의 사물을 가지고 상징적인 그림을 그려냈는 모란디의 그림이 매우 섬세해서 약간의 변화를 가지고도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회화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그림적 조작이라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하나의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유사한 작업입니다. 관람자가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회화라는 것이 그렇게 엄청난 이해도가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네요.

 

질문 : 저는 개인적으로 회화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고 조형성이라는 것은 끝없이 파괴되어야 하는 것, 끝없이 도전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된 그림만을 보아왔어요. 그래서 질문을 한 거예요. 그냥 너무 많은 조형성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들이 관람자한테는 분명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힘든 파괴적 언어가 아닐까 생각해서요.

 

이광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을 해드려도 될 것 같아요. 저도 한국미술과 독일미술 사이에 고민을 참 많이 한 사람인데, 제가 생각하는 한국미술은 미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예술이에요.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굉장히 정제된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 한국미술은 다른 유럽의 나라들의 미술하고 다르고 그림 안에서 더 이상의 파괴라던가 이런 것들을 시도하기에 저희랑은 철학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면 아름답고 저렇게 그리면 아름답지 않다는 두 개의 잣대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한국 사람들에게 유럽의 미술은 굉장히 혐오스러울 수도 있어요. 거꾸로 유럽작가들이 보았을 때 한국 미술은 보편적으로 굉장히 예쁘장한 미술일 수도 있지요. 다만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림을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림은 천차만별의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훈희 : 더 이상의 질문이 없으시면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마무리 하고 와인 한잔 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우도, 세바스찬, 이광 : 감사합니다.

 

 

참여작가

Udo Dziersk_우도 져스크
udo_dziersk@yahoo.de
1961 Gelsenkirchen 독일 출생
1983-1988 뒤셀도르프, 칼스루어 그리고 베를린에서 순수회화를 전공
1984부터 국내와 해외에 활발한 전시 활동
1988 마쿠스뤼퍼츠 교수로 부터 수제자 인증 수여
2002 쿤스트아카데미 교수로 임명
2005 쿤스트 아카데미 티라나, 알바나 회화과 학과장
2011 쿤스트아카데미 사비츠스키에서 강의, 러시아
2014 시안 미술대학 객원 강사, 중국
2014 북경 미술 디자인 일반 대학 객원 강사, 중국
2014 예술가상 DCKD, 뒤셀도르프
2015 독한 교류전, 아트포럼리 부천

Sebastian Ludwig_세바스챤 루드비히
sebastianjosefludwig@googlemail.com
1977 Gross- Strehlitz 독일 출생
1988-2002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마쿠스 뤼퍼츠 교수 아래 회화 전공
2002 마쿠스뤼퍼츠 교수로 부터 수제자 인증 수여
2006 개인전 Goch 박물관 , 고흐
2010-2012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회화 강사
2013 NRW 예술재단 로스엔젤레스 아틀리에 장학금
2014 링엔 베르크 성 아틀리에 장학금과 예술가 상

Kwang Lee_이광
www. Kwanglee.net
malerkwang@gmail.com
1970 대한민국 출생
1991-1996 서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
1999 부터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
2000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입학, 마쿠스 루퍼츠 교수 아래 순수회화 전공
2006 루퍼츠 교수로 부터 마이스터 브리프 수여
2008 가나 아트센터 아틀리에 지원 시테 인터내셔날 테자르, 파리
2009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아카데미 브리프 수여
2012 개인전 ‘물’ 갤러리 손 베를린
2015 개인전 ‘흐르는 물’ 센트레 바가텔, 베를린

 

이광(Lee Kwang)_Davosersee, 한지에 과슈와 파스텔, 46x65cm, 2011

이광(Lee Kwang)_Davosersee, 한지에 과슈와 파스텔, 46x65cm, 2011

이광(Lee Kwang)_Fischtal, 퓌시탈 캔버스에 템페라와 유화, 120x100 cm, 2012

이광(Lee Kwang)_Fischtal, 퓌시탈 캔버스에 템페라와 유화, 120×100 cm, 2012

우도 져스크 교수(Prof. Udo Dziersk)_Affe, Xián, 캔버스에 유화, 100x80cm, 2014

우도 져스크 교수(Prof. Udo Dziersk)_Affe, Xián, 캔버스에 유화, 100x80cm, 2014

우도 져스크 교수(Prof. Udo Dziersk)_Eifelschatten, 캔버스위에 유화, 100x 80cm, 2015

우도 져스크 교수(Prof. Udo Dziersk)_Eifelschatten, 캔버스위에 유화, 100x 80cm, 2015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_schnittgold, Acryl,spraypaint, shellac on linen,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_schnittgold, Acryl,spraypaint, shellac on linen, 2013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_o.T., Acryl, Aceton on chromoluxpaper,

세바스챤 루드비히(Sebastian Ludwig)_o.T., Acryl, Aceton on chromoluxpap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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