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희 〈팔 수 있는 유산〉
■ 전 시 명: 팔 수 있는 유산
■ 참여 작가 : 최상희
■ 전시기간 : 2022. 10. 22. (토) – 11. 19. (토)
■ 운영 시간: 월-토 10:00-18:00 / 일요일 예약제 10:00-18:00 (https://naver.me/xqog0tZT)
■ 장 소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567-9,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디렉터 : 이훈희
■ 큐레이터 : 박재원
■ 비평 : 오정은
■ 문 의 : artforumrhee@gmail.com / ☏ 032-666-5858
■ 주최/주관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최상희(B. 1993)
201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1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영상매체 졸업
<개인전>
2019 인공의 무고한 자녀들에게, 자립형 예술공간 안정, 서울
2019 이런? 생태?, 스페이스 원, 서울
<단체전>
2021 베이비 베이비, 아트 스페이스 399, 서울
2020 아트토크 Q&A 온/오프라인 포스터 전시회,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20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WESS, 서울
2019 합정동 오픈 스튜디오, Seoul
2018 나에게 왜 글을 분절하냐고 물으면, 나는 종종 여름의 뜨거운 도착에서 도망치기 때문에/그러나 나는 팀과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결론은 진실되지 않은 것이다, 우석 갤러리, 서울
2017 ZEBRA PROJECT, 서울대학교, Seoul
팔 수 없는 것을 찾아서
오정은(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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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지하철역 앞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가판대. 그 앞을 길게 줄지어 선 인파 사이로 맑은 타악기의 음이 울린다. 한 스님이 시주를 기다리며 길 위에서 두드리는 목탁소리다. 그로부터 몇 발치 떨어진 곳에는 돈통을 바닥에 놓고 웅크려 구걸하는 빈자가 있다. 1)
작가 최상희(b.1993)가 목격한 도심의 풍경,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철학적 재료 삼아 구현된 작업 사이로 그물망 같은 힘줄이 엉겨 붙어있다. 나는 복권 용지와 목탁, 돈통을 확대 촬영한 사진을 출력후 원뿔의 패키지로 보이게끔 나열한 작업 <기다리기, 동냥하기, 구걸하기: 역시 돈 되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2022)를 포함해 조각적 오브제, 몇 점의 가변설치작과 영상 이미지로 이루어진 그녀의 개인전 《팔 수 있는 유산》(2022, 아트포럼리)에 붙이는 글을 의뢰받아 쓰면서, 보이지 않는 그 힘줄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생각한다. 이는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때로 그를 초과한 개념의 과중한 무게감을 탑재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조형적 세계로 이관된 현실의 필사본으로서 변환되고 조작된 것들의 방언이 겹쳐친 혼잡한 음성의 수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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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나 원뿔, 원기둥, 육면체 등 조형요소로 현실의 상황을 환원하여 기록해온 작가의 활동은 <같은 것 반대편에 다른 것>(2022)에서처럼 각국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반영된 포장지를 입고 매대 위에 진열된 상품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는가 하면, <고귀한 복숭아와 코코넛, 날아가는 증기>(2022)에서와 같이 유동적이며 순환하는 물의 물성에 의해 각자의 차이를 희석하면서 (또는 희석되기를 바라면서) 상품과 미학, 인공물과 자연물의 경계에서 마찰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외피에 따라 식별 가능한 상품이 되었다가 껍질을 벗고 여느 보편적인 박스나 깡통이 되었다가, 이어 조형의 기본형태로 양감만 지니게 되는 것 사이사이를 유연하게 흐르다 문득 그들 존재에 처해진 패러독스를 환기하며 멈칫하는 순간의 자각. 그제야 엉킨 힘줄 그 너머 소외된 자의 독백이 들려온다.
“왜 모든 것은 있다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어떤 과학자들은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그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도무지 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사라짐’이 두렵습니다.”2)
<반짝이는 것을 담고 있는 물>(2022)은 그 같은 모순을 더욱 배가하며 이번 전시의 마지막 동선이 머무는 곳에 자리한다. <고귀한 복숭아와 코코넛, 날아가는 증기>(2022)가 수증기를 방출하는 파이프를 겸하는 조형물이자 원래는 공산품이던 것의 다중적인 즉물감을 드러냈다면, <반짝이는 것을 담고 있는 물>은 액체가 채워진 수조 바닥에 실제 동전이 가라앉아 있는 구조물과 한강의 푸티지 영상이 재생되는 장치의 결합으로 주제를 직역 풀이하면서 내레이션 자막을 통해 보다 분명한 상징기호로써 발언한다. 그것은 ‘사라짐’을 두려워하는 노스탤지어의 향수 이상의 강한 현기증과 무기력증의 정서에 가닿는데, 도시민에게 매몰된 자유의지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작동하는 불가항력의 힘이 영상의 흔들리는 무빙 이미지 속 저무는 석양과 작가의 자조적 문장을 통해 내비치며 서로 간 공명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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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희 개인전 《팔 수 있는 유산》은 물질주의가 잠식한 동시대에 개인으로서 감내해내는 상실과 소멸의 존재감, 그리고 단편적 편린으로 지나쳐만 가는 삶의 면면을 완급조절의 비유를 통해 발언하고 있는 전시다. 작가는 일상의 장면을 이미지로 수집하면서 독자적 조형 언어를 실험하고 내밀한 형식으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 태도는 저항도, 관조도 아닌 것으로 오로지 지금의 시간에 집중하여 주변을 환기하고 운을 띄우는 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듯하다. 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것의 긴 운명을 위해 이 글을 보태기로 한다. 그런데 이 일은 팔 수 있는 교환이던가? …
1) 2021년, 잠실역 8번 출구에서 최상희 작가가 목격한 풍경.
2) 최상희, 강에게, 1채널 영상, 24“-1‘3”, 2022. 영상 속 자막에서 발췌.
3) 위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은 자막과 함께 끝난다. “저기 저물어져 가는 태양에 저항을 해야할지 석양을 음미해야할지 조차도 판단이 안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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