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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The Remains of Cyan〉 스페이스서버 The Remains of Cyan The Remains of Cyan 스페이스서버 스페이스서버

이송 〈The Remains of Cyan〉

The Remains of Cyan

2021. 05. 21 (FRI) – 06. 19.(SAT)

<전시전경>

눈을 감고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떠올린다고 해보자. 누구나 한 번 쯤은 생생하고 강렬했던 기억의 장면 속에 자신을 가져다 놓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재현에는 상황, 장소, 물체, 그리고 저마다의 경험과, 기쁘거나 그리운 감정들이 서로 상호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억의 문을 열고 닫는, 즉 기억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아마도 장소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서 머물고 지나친 곳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각각의 방식으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이번 《청록색 흔적》 전시 작품의 화두이다.

cyan, oil on canvas, 80.3× 260.6cm, 2019

 작품 화면에 주되게 표현된 청록색 계통과 어두운 색감은 작가가 외부의 대상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한 작품 형태와 별개로 매우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작품의 등장요소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시점과 비례로 재구성되어 작품의 묘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작가의 목포 여행과 세월호 선체가 모티브로 제작된 <cyan>에서, 수면에 잠겨 있는 상태로 재현된 세월호와 육지 위에 서 있는 인물들이 한 장면에 연출된 비현실적인 상황이 그 예다. 

 외견상 실제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특정 요소가 취사선택되어 작품이 제작되는 방식은 18세기 이전 역사화에 묘사된 야외 배경과 정물 요소, 그리고 동서양에서 풍경화를 제작하던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송 작가의 작품은 과거의 화가들이 작품을 통해 하나의 완결된 주제를 전하려 했던 목적과는 다르다. 작가가 캔버스에 새롭게 옮긴 특정 사건과 인물, 일상과 풍경 장면들은 과거를 기록하고 장소를 기념하는 차원의 의미가 아니다. 이러한 연출에는 시간과 세월의 흔적으로서 사물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이 깔려있다. 말하자면, 공감각적 심상이 작품의 전면적인 주제로 드러나는 것이다. 

substitute pain, oil on canvas, 112.1 × 162.1cm, 2021

sequence 3, oil on canvas, 162.2× 390.9cm, 2021

 따라서 이송 작가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부재한 장소와 물건이라던가, 현실의 장소가 기억의 장소로 재구성되었다거나, 반대로 기억에선 희미해졌지만 관련된 물체에 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던가 하는, 가시적이면서도 비가시적인 영역이 한데 포착되어있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작품이 작품 안팎으로 존재하는 감상자의 정신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작품을 마주한 감상자를 과거와 현실, 현실과 또 다른 현실, 내면과 외면의 세계와 감각으로 무한히 이행시키는 존재로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직접적인 역할은 작품에서 주로 측면이나 뒷모습으로 그려진 등장인물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회화의 역사에서 야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면 작품에 3차원적 공간감을 더해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에 배치된 등장 요소들을 관찰하도록 인도하였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등 돌린 인물은 작품의 공간과 감상자 사이의 의미를 파생시키며, 감상자가 작품과 교감하여 내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 하였다. 

alone, oil on canvas, 97× 130.3cm, 2020

bunred, oil on canvas, 97× 130.3cm, 2020

 이송 작가의 작품 속 등장인물은 관람자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동시에 어떤 목표 지점을 향해 뚜렷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아 타자의 시선을 차단하여 거리감을 유지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구조는 감상자가 작품에 이입해 일차적으로 창작자의 경험을 대리 체험하게 돕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영역의 의미를 고찰하여 결국에는 개인적인 예술미를 획득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처럼 이송 작가의 작품들은 창작자와 감상자의 기억과 감각으로 채워진 대상으로서 고차원적인 개념을 지닌다. 이 맥락에서 이번 《청록색 흔적》의 작품들을 아트포럼리의 객체지향 프로젝트에 입각하여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공간과 결부된 작품들은 특정 주체(사람)를 통해 일반적으로 규정되는 객체(장소, 그림)로 존재하지 않고, 주체이자 객체이고, 물질이면서 비물질이고, 유한하지만 무한한 장으로서, 지금 여기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또 다른 대상으로 거듭난 것이다.

<전시전경>

코로나 19로 이동이 제한된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이번 전시는 마음 한 켠에 저장된 장소를 떠올리고, 현재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곳과, 앞으로 새로운 기억으로 다가올 장소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큐레이터 임소희

  *3D_공간전경 https://my.matterport.com/show/?m=SABceJ3i4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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