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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 <깊은 길> 아트포럼리 아트포럼리 아트포럼리

이채영 <깊은 길>

■ 전 시 명 : 깊은 길 Deep Path

■ 작 가 명 : 이채영

■ 전시 기간 : 2024.05.13(월) – 2024.06.21(금)

* 월-토 10:00 -18 : 00 / 일요일 휴관

■ 장소 :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아트포럼리 갤러리 1F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T.82(0)32_666_5858

■ 주최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깊은 길을 따라서,

임종은(독립기획자)

 

이채영 작가는 전통 회화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시선이 포착한 장소를 탐색하는 작업을 성실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수묵과 모필을 통해 관념적인 풍경이나 전통적으로 이상화된 전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풍경을 주변에서 발견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작업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작가가 주변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그녀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 도시의 단면이며, 어두운 면을 포함한 여러 표면이 화폭에 그대로 담겨 있다. 아름답고 이상적인 풍경이 아닌 현대인의 삶이 투영된 이 장면들은 인간 문명의 욕망과 한계를 드러내며, 이를 통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공간들은 인간의 욕망이 주목하는 밝고 화려한 면모와는 상반되고 숨겨진 곳이다. 그녀는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거나 우리 의식 속에서 묻혀 있는 것들을 캐낸다. 작가는 이러한 것들의 무표정한 외관을 다루면서도,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해당 장소의 숨겨진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제안한다. 그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우리의 이목을 끄는 동시에 현재의 삶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끌어낸다.

다시 말하면, 이채영은 인간과 공간에 대한 관계와 거기서 비롯된 정서로 어떤 장소를 구현하고, 흥미롭게 재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경산수를 그렸던 오래전 대가들처럼 작가가 직접 대상을 채집했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사실적이며 구체적인 사물과 풍경들을 그려낸다. 그러나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일종의 우리 세계에 대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우리 삶의 실제이자 일상의 장면이지만 우리에게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주로 훼손되거나 버려진 것들을 재현하고 섬세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는데, 보는 사람에게 마치 기억 속에서 어떤 장면이 시간이 멈춘 듯, 혹은 정적의 순간처럼 떠올라 현실과 가상을 오가게 한다.

 

이번 개인전 <깊은 길>(대안공간 아트포럼리 2024.5.13 ~ 6.21)에서 이러한 연구가 더욱 확장되어 우리에게 평범하지 않은 산수화로 다가온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 <길 위의 길>(2024)의 연속된 긴 화면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 마주 서 있게 된다. 11m가 넘는 <길 위의 길>은 100호 화판 7개가 연속으로 이어져 연결된 것으로, 길게 펼쳐진 화면은 어디에라도 있을 법한 한적한 변두리의 도로를 따라 우거진 잡목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작품 앞에 선 사람들은 점점 짙어지는 먹빛 작품이 인도하는 곳을 거닐 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끌려온 이곳은 어디일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장소 어디일까? 도시의 파편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채영의 필법의 섬세함과 화면 구성이 펼쳐내는 장면은 작가가 연구해 왔던 어딘가에서 만났던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오묘한 지점에 우리를 세워 둔다.

이 작품의 시작은 2019년도이며, 도시의 편린들을 수집하며 자주 오가던 길에서 직접 마주친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 전작들처럼 인간으로부터(사실은 자본의 논리 속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곳의 표면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장소 특유의 감성과 지각을 화폭의 표면에서 부유하도록 멈추지 않고, 마치 한 폭의 전통 산수화를 감상하듯 화폭 속에 머물고 거닐게 한다. 화면 속에서 길가에 버려진 듯 질서 없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시야를 가득 차 있도록 구성한 것은 한순간의 풍경이기도 하고, 다른 시간의 여러 공간과 대상들이 화면에서 교차하기도 한다. 초현실적으로 구성된 화면 속을 들여다보면 중첩된 기억을 재편집하고 다시 구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가는 혼재된 장면을 뒤섞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그가 탐색한 장소에 대해 의미와 감각을 함께 보는 사람들에게 열어 놓는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화면으로, 전시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는 방식인 파노라마 전경으로 풍경을 구성했다. 이 방식은 대상에 대한 신체적인 경험과 몰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다시점으로 평면 작품을 감상하듯 전시장에서 신체를 움직여 작품을 감상하게 구성했고, 여기서 우리는 수묵이 질감과 담담한 색조를 적절하게 구사된 풍경에 압도되어 더 풍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은 채색을 하지 않고 채워진 화면 속에서 화면마다 전체적인 농담으로 변주를 주는 장면으로 더 묵직하게 심화한다.

도시의 어떤 장면을 포착하여 유려하게 펼쳤던 이전 수묵 작품들처럼 이것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풍경의 익숙한 듯 생경한 느낌과 질감을 보여 줄뿐만 아니라 거대한 화면과 점차 시간이 지나 어두운 밤이 되는 듯 변해가는 농담의 깊이로 관람자는 산책자가 되어 그 장소로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장면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 무아의 경험을 제안하는 동양적인 매체와 표현의 실험과 확장을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여러 가지 정서를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또한 전시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신작 <반영>(2024)을 통해 앞서 신체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가 시각적인 감각으로 환원, 추상적인 화면으로 다시 수렴된다. 불안전한 풍경과 허구의 감성적 측면을 몸의 경험으로 제안하고, 다시 농담 없는 흑백의 강한 대비로 구성된 화면으로 전환하여 시각적인 유희로 사색의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이채영 작가가 자기 삶 속에서 경험했던 장소를 통해 현대인의 감성을 드러내면서도 오랜 시간 미적인 탐구의 대상이었던 수묵의 실험적 모색을 감각적으로 추구했다. 작가의 일상과 경험과 사유로 바라본 현대의 풍경에 전통적인 창작과 감상을 교차시켜 미적 탐구를 모색하는 작가로서의 여정이 충실히 전시장에서 구현된 것이다. 전통 기법을 다루는 작가가 그 능숙함을 넘어 삶의 공간에 대한 통찰을 멈추지 않고, 지금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기대되는 일이다.

 

반영 45.5x53cm, 한지에 아크릴, 2024

 

아트포럼리

이채영 <깊은 길> 전시 전경

 

이채영(B. 1984)

<개인전>

2019~20 Hidden place, 갤러리 세줄
2017 Dim day, 자하미술관
2015 The moment, 포스코미술관

외 다수

<수상 이력>

2016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

2015 종근당 예술지상 작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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