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위 <스며들다(Imbue)>
■ 전 시 명 : 스며들다(Imbue)
■ 작 가 명: 안위
■ 전시 기간: 2025.05.29(목)-07.18(금)
* 월-토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장소: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아트포럼리 1F, B1F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 032)666-5858
■ 전시서문 (글 : 베스티지)
흐르고, 적시고, 침투하고, 스민다. 이것은 액체의 물질적인 표현이자 우리의 생각 혹 은 감정과 연결되는 물질적 은유(매터포)이다. 물질은 자신의 본질을 초월하고 과잉하며 우리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작가 안위가 작품을 창작하는 주요 제작 기법이기도 하다.
작은 유리병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다. 투명하고 매끈한 것의 파열 속에 서 우리는 유리 그 자체의 성질과 마주한다. 빛이 스며듦, 중력, 그리고 뜨거운 열로 투명하고 단단해진 유리병은 형태의 기억이 아닌 물질의 본성이다. 조각난 파편들 위로 유리가 아닌 어떤 유리됨의 상태가 펼쳐지고 이전의 물성은 더 이상 과거와 연결되지 않는다. 스며든 것들은 마침내 다른 것이 되어 나타난다. 스며듦은 파열보다 조용히 그러나 더 깊게 새겨진다. 증발과 침식, 그 리고 침투. 과잉은 계절과 온도, 중력, 주변의 것들, 그리고 시간마저 자신의 물성 안으로 받아들 인다.
‘스며들다’에서 작가 안위는 몸을 액화한다. 과잉된 액체는 몸을 점유하고 형태를 해 체한다. 그것은 단단한 살과 뼈, 그리고 장기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진 ‘몸body’으로부터 내 부의 감각과 외부의 자극들이 스며들고 배어나오는 ‘감각하는 몸soma’으로의 전환이다. 체화된 감각은 마치 퇴화된 어떤 기관처럼, 희미한 기억의 흔적으로 남는다. 작품들은 마치 현미경으로 본 세포 조직 혹은 성운의 이미지처럼 다양한 물질들이 종이, 알루미늄 판, 그리고 필름과 같은 여러 표면에 스며들며 전사全寫된다.1) 작업의 과정들은 작가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채 침 수와 증발을 거치면서 서로의 물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패턴들을 만들어낸다.
마치 우리 몸 안에 숨어있던 오래전의 경험이 블라쉬코 선2)처럼 외부의 자극에 의해 드러나는 것처럼, 물질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패턴으로 드러난다. 결국, 이 모든 과정 은 완결되지 않는다. 작품들이 전시 중인 동안에도, 전시가 끝나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종이는 계속 변색되고, 금속은 서서히 변화하며, 시간은 물질 위에 새로운 층을 쌓아간다. 안위의 작업에서 ‘스며듦’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영원히 지속되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인 셈이다.
1) 이것은 옮겨쓰기로서의 전사轉寫 가 아닌 물질과 시간의 층위들이 온전히 기록되는 전사 全寫 이다.
2) 1501년 알프레드 블라쉬코에 의해 입증된 것이다. 몸이 분화하면서 만들어지는 가상의 선으로. 배아세포의 이동을 나타낸다.
신경들 연작 (Nerves series), 종이 위에 혼합매체, 각 18.3 x 26 cm, 2023-
‘신경들 (Nerves)’ 연작은 실리콘 오일, 염화철, 탄소 분말 등의 화학 물질을 사용해 종이에 흔적 을 남기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액체 상태의 화학 물질과 접촉한 종이는 침수와 증발의 과정을 거 치며 물질적 변화를 경험한다. 종이에 남은 물질의 흔적은 마치 태아기 세포의 흔적인 블라스코 선(Blaschk line)과 같이 내부에 잠재하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 표면 위로 발현된다. 흔적으로 드 러난 물질들은 관찰자에 의해 심상화 되고 인식 가능한 패턴으로서 다시금 읽혀진다. 이러한 과정 은 염료 용액에 희석되어가는 화학 침전물들과 그 불규칙한 색의 이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실천된 다. 물질들은 서로의 성질로 인해 합성되고 밀려나며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영역으로 나누어진 다. 색을 이루는 물질들의 응집 그리고 확산의 과정 속에서 영역은 ‘살과 뼈’라는 지형(t p gra- phy)으로 전환되고, 흐르는 기관, 짜여진 근육, 얽힌 신경 조직들의 형상이 그 위로 솟아오른다. 세포의 미세한 진동으로부터 우주적 순환의 호흡까지, 뉴런의 전기 신호로부터 태고로의 향수까 지. 시점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각기 다른 규모의 세계를 쌓아나간다. 이렇게 중첩된 세계들 은 ‘투시’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수직으로 관통된 단면적 세계로서 관찰된다.
섬광체 연작 (Scintillator series), X선 필름에 프린트, 각 29 x 41 cm, 2025-
‘섬광체 (Scintillat r)’ 연작은 15세기 초기 질산은 사진술(daguerre type)과 X선의 해부학적 이 미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업 과정은 종이를 코팅하여 매끄러운 필름 면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은거울 반응(silver mirror reaction)을 이용해 표면에 거울막을 형성하는데, 화 학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종이는 점차 검게 변색되거나 액체 상태의 거울로 보여진다. 화학적 정 착 과정을 통해 물질이 고정되면 거울막은 종이에 프린트되듯 하나의 표면으로 결합된다. 결합된 종이-거울은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되고, 기계가 방출하는 빛에 의해 거울막이 반사되며 광학적 대비가 발생한다. 스캔된 이미지는 X선 촬영에 사용되는 특수 필름에 프린트 되는 데 이 과정에서 명암을 의도적으로 반전하여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물질들의 층위를 선명히 한다. 완성된 필름은 표면의 이미지 너머, 기계가 인식하는 빛의 깊이와 액체 상태의 화학 물질이 종이로 침투하던 순간의 흔적들을 담아낸다. 이러한 맥락 속, 혼합된 물질들은 기계의 빛과 반응 하는 새로운 형태의 ‘섬광체(scintillatr)’로서 기능하게 된다.
침투 연작 (Penetrant series), 종이 위에 혼합매체, 각 18.3 x 26 cm, 2023-
‘침투 (Penetrant)’ 연작에서는 물질들의 이동과 작용의 전사(全寫)를 시도한다. 이 과정 속에서 물질은 ‘전사(轉寫 transcripti n) – 옮겨 쓰여짐’ 에서 ‘전사(全寫 h l scripti n) – 온전히 쓰여 짐’ 의 차원으로 전환된다. 물에 잠긴 종이 위로 안료, 소금, 나이트로셀룰로스, 질산칼륨 등 모두 다른 특성의 물질들이 떨어진다. 물질은 수면에서부터 풀어지며 수심으로 향한다. 이렇듯 용해를 위해 모여진 물질들을 ‘침투제(penetrant)’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는다. 침투제는 바닥에 가라앉 은 종이 섬유에 까지 닿아 서서히 그것으로 스며든다. 물질의 성질, 침투가 이루어지는 환경 그리 고 이를 조율하는 나의 선택들이 얽혀간다. 보이지 않는 장력에 의해 이동하고 변화하는 물질에 대한 관찰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세 사라지는,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 먼지 속 그림을 드 러나게 한다. 이미지는 물질의 중력 속에서, 온전히 새겨진다.
<속 I>, 폴리우레탄, 글리세린, 알루미늄, 90 x 182 cm, 2025
‘속(Sac)’은 신체를 위상학적으로 해석한 상상의 기관이자 공간이다. 여기서 ‘속’은 내부를, ‘Sac’ 은 신체 안의 주머니를 지칭한다. 이 작업에서 주머니는 생리적 장기의 은유를 넘어, 점, 선, 면으로 환원된 신체 내부의 구조들이 외부로 전이되어 구성된 하나의 상상적 공간이다. 투명하고 부드러운 재질로 이루어진 주머니들은 액체로 부풀고, 표면의 구멍들을 통해 연결되며 하나의 조직 망으로 증식한다. 각 주머니는 주름지고 뒤틀린 표면을 통해 주변과 자신 안의 풍경을 중첩시키며 내부와 외부, 감각의 경계를 왜곡시키는 렌즈로 작용한다. 파타피직에서 말하는 ‘가능한 세계 들’처럼 ‘속’은 생리적 현실에서 위상학적 사유에 기반한 공간으로 이행하며, 불완전하고 환상적 인 형상으로 변형된다. 마치 드러난 심장처럼, 이는 신체성과 공간성, 물질성과 상상성 사이에 놓인 유기적 존재로서 작동한다.
<파티나 I>, 납, 가변크기, 2025
‘파티나’에서는 신체와 물질의 교환 그로 인한 변화들에 집중한다. 바닥에 뉘여진 수평의 납판은 신체의 개입으로 인해 일으켜지고 비틀어지며 가볍고 부드러운 천의 흐름처럼 주름의 형상을 갖게 된다. 납이 더 많은 주름을 갖게 될수록 신체는 더 큰 힘을 주어 그것을 움직여야만 한다. 은빛 의 무거운 납 덩어리에는 피부의 지문과 몸의 압력이 새겨진다. 몸은 납에 스며들고 각인된다. 납 은 몸이라는 또다른 중력을 갖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납의 표면은 ‘파티나’ 가 뜻하듯 녹슬어 빛난다.
안위
안위는 드로잉, 페인팅,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물질과 신체가 서로 스며들고 변형되는 과정을 탐 구한다. 작가는 화학적 반응과 물질의 흐름, 감각의 반향에 주목하며, 신체를 외부 자극을 받아들 이고 각인하는 지각적 지형으로 바라본다. 액화되어 침투하는 물질들은 투명하고 불안정한 경계 를 형성하고, 신체는 그 흐름을 투과하는 하나의 표면이자 공간이 된다. 작가는 이 교차의 흔적 속 에서 몸의 경계가 어떻게 새겨지고 지워지는지를 사유하며, 존재가 각인되는 방식을 질문한다.
베스티지
김윤철, 박정연, Menger Chu로 구성된 큐레이터 팀이다. 최근 758 Art, Science and Techn l – gy Biennale (북경, 2025)를 기획하였으며, K ntejner와 함께 2026년 크로아티아 현대미술관에 서 개최되는 Device Art Festival 을 기획 예정이다.
Flowing, soaking, penetrating, seeping. These are both the material expressions of liquids and matterphors connected to our thoughts and emotions. Matter transcends its own substance, becomes surstance, and exstance, and connect with us. This is also the main production technique used by artist Oui An in creating her works.
A small glass bottle falls to the floor and shatters into pieces. In the rupture of something transparent and smooth, we encounter the nature of glass itself. Light seeping through, gravity, and the intense heat that rendered the glass transparent and solid- this is not the memory of a form but the essence of the material. Over the shattered fragments, a state of glassing unfolds, and the previous physical properties are no longer connected to the past. What has seeped in finally emerges as something else.
Seeping is quieter than shattering, yet it leaves a deeper mark. Evaporation, erosion, and penetration. Excess absorbs the seasons, temperature, gravity, surrounding objects, and even time into its own physicality.
In “Imbue,” artist Oui An liquefies the body. Excessive liquid occupies the body and deconstructs its form. It is a transition from the “body” clearly distinguished by solid flesh, bones, and organs to the “sensing body (soma)” where internal sensations and external stimuli seep in and out. The embodied senses remain as faint traces of memory, like some kind of degenerated organ.
The works are like images of cell tissue or nebulae seen through a microscope, with various materials seeping into and transcribing1) themselves onto various surfaces such as paper, aluminum plates, and film. The processes are not completely under the artist’s control but undergo immersion and evaporation, changing naturally according to their material properties and creating unpredictable patterns. Just as long-buried experiences within our bodies are revealed by external stimuli like Blaschko lines2), materials reveal themselves in new patterns at unexpected moments.
Ultimately, this process is never complete. Even after the exhibition ends and the works are hung, the changes continue. The paper continues to discolor, the metal slowly changes, and time adds new layers to the material. In Oui An’s work, “seeping” is not a completed result but an ongoing verb that continues eternally.
1) This is not transcription (轉寫) as mere copying, but transcription (全寫) where the layers of matter and time are completely recorded.
2) This was proven by Alfred Blaschko in These are imaginary lines created as the body differ- entiates, representing the migration of embryonic cells.
Oui An
She explores the process of material and body intertwining and transforming through drawing, painting, installation, and performance. The artist focuses on chemical reactions, the flow of matter, and the reverberations of sensation, viewing the body as a perceptual terrain that receives and imprints external stimuli. Materials that liquefy and penetrate form transparent and unstable boundaries, while the body becomes a surface and space through which these flows pass. The artist reflects on how the boundaries of the body are inscribed and erased within these traces of intersection, questioning the manner in which existence is imprinted.
Vestige
The curatorial team consists f Vestige Yunchul Kim, Jungyeon Park, and Menger Chu. They recently curated the 758 Art, Science and Technology Biennale (Beijing, 2025) and will curate Device Art Festival in 2026 which will be held at the Contemporary Muse- um of Art, Zagreb with the Kontj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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