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경 〈어떤 쓸쓸함〉
서수경 seo soo kyoung
< 어떤 쓸쓸함>
2010.12.11 (sat) – 2010.12.31 (fri)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것들을 그렸다.
어떤 공간, 사람, 상황. 그리고 그것을 마주한 나의 마음들…
무엇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던가.
마음이 가 닿았던 것들… 스치듯 보았으나 마음을 떠나지 않고 오래 남아 있었던 것들,,,
명절 직전 쇼핑봉투를 잔뜩 들고 흥얼 흥얼 길을 걷는 사람, 내가 사는 동네에 가로등이 탁 켜지던 순간.
눈 덮인 산에서 만난 엷은 서러움…..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과 감사를 알수록 아픔에도 민감해진다. 애써 살았으나, 삶의 고달픔에 힘겨워
하는 이들, 만만치 않을 삶의 길목에 서 있는 이들. 변두리 마을의 모습들.
세상이 무엇으로 지탱되고, 그나마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힘없고, 낮은 곳의 사람들이 지닌 그 품위와 강인함을 알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그 아름다움과 품위를 훼손하는 세상의 질서에 대한 노여움이 내게서 엷어졌다고 느끼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괜히 서성이며 불안했다. 작업을 하며 가장 힘겨웠던 것도 그것이다.
오래전. 내가 스물 한 살 때. 열다섯 살쯤이던 한 야학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노여워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미싱바늘에 찔려 퉁퉁 부어오른 손가락을 한 채 수업을 받고는 밤 늦게 공장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엇이었을까? 그때의 내 마음은…
그 마음은 지나간 시간 속에서 어떤 모양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 그림들은 그 마음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 것일까?
■ 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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