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Image Image Image Image
Scroll to Top

To Top

Select a Page:
More Info
Read More
〈에로틱 만화를 보는 남녀의 시선〉

〈에로틱 만화를 보는 남녀의 시선〉

부천국제만화축제 <에로틱만화를 보는 남녀의 시선>

주최주관: (사)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회

장 소: 부천시 아트포럼리

일 시: 2007년 8월 16일~19일(4일간) / 11:00(개장) ~ 18:00(폐장)

 

 

이 전시는 에로티시즘 성격의 한국 만화를 재조명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성(性)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과 담화구조를 가지는 남녀 에로틱 만화의 차이에 주목하였다.

성에 대한 남녀의 기호와 관점의 차이를 만화만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예술형식은 없다. 대체로 액션이나 학원물과 같은 여타 장르와 결합하여 노골적인 성행위로 일관하는 남성용 섹스만화가 있는가 하면, 다소 긴 멜로드라마적 내러티브 속에 성에 대한 알레고리를 숨겨놓거나, 여성화된 미소년들의 애정과 성을 그린 여성용 에로틱 만화들도 일가를 이루었다. 성별의 차이에 따라 성에 대한 환타지 또한 차이를 보이며, 이 본성이 성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소구의 차이를 야기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제까지의 대중문화현상의 맥락은 그렇지 않았다.

성의 상품화가 노골적이면서도 교묘하게 진행된 현대의 대중문화는 모든 이미지를 섹스라는 매개체에 걸쳐놓았다. 음료수 광고 하나를 봐도 모델의 자태는 섹스에 대한 암시로 가득 차 있다. 상품과의 직접 관련성 여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효과만이 중요할 뿐으로, 남성 모델은 근육질의 상체를 완전 노출해 자신의 섹시함을 뽐내고, 8등신의 여성 모델은 교태 섞인 춤을 추며 자신의 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시청자의 환상을 상품에 투사한다. 이 경우, 각각의 모델은 이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성적 환타지를, 동성에 대해서는 섹시함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상품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섹스라는 매개가 중심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서사체 대중문화 작품은 이런 차이를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섹스를 위한 섹스’를 추구하는 포르노, 세미포르노를 논외로 하더라도, 많은 TV 드라마나 영화들에서 남성 취향의 성적 암시나 노골적인 행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남성에 의한 도착적, 가학적 행위를 여성들이 사실은 좋아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경우가 많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 전제의 전제는 성별의 차이에 따른 섹스 환타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남성 쪽이 좋으면 여성 쪽도 좋다는 것이다. 섹스를 남성이 주도하듯, 섹스에 대한 대중문화의 내러티브도 남성의 시각에서 주도되고, 성에 대한 특수한 기호가 없어 보이는 여성은 따르거나 묵인하는(이 역시 긍정의 의사표시로 간주된다) 관계가 형성되었다.

TV 드라마 ‘섹스 앤 시티’로 대변되는 성에 대한 여성의 소구 담론은 사회에 만연한 이런 체계화된 착각에서 대중들을 해방시켰다. 우선 제목에 ‘섹스’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남성용이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섹스’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또한 제목에 ‘섹스’가 들어가는 작품이 남성이 아닌 여성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또한 특기할만한 일이었다. ‘남과 여’라는 본연적 이항대립에 ‘우리의 성’과 ‘그들의 성’, 그리고 그와 관련된 환타지와 그 환타지를 담아내는 대중문화 작품의 유목 분류가 추가되었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고, 기존에 있었던 현상을 재확인한 일이었다.

만화가 보여주는 에로틱 환타지 또한 이런 이항대립을 완전하게 성립시키고 있다. 소위 일판만화나 스포츠신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액션장르 지향적 섹스만화’를 필두로, 남근중심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에로틱 환타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고인돌’로 대표되는, 성인남성의 성적 골계미를 만화스럽게 담아낸 수작들도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이 외에, ‘H물’ 또한 대세다. 이웃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로, 원래 ‘엣치’、 ‘헨타이(へんたい:변태)’에서 유래되어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취향의 ‘성인물’이라는 뉘앙스로 쓰이고 있다. 대체적인 특징은 성에 대한 표현이 직접적이고 여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시각적인 장치가 서술을 주도하며, 복잡한 은유보다는 직관적인 화법으로 독자를 바로 작품 속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반면, 여성들에게 있어 에로티시즘은 행위보다는 교감의 요소가 앞선다. 그래서 지배, 피지배와 같은 위계가 아닌 상호간의 관계맺음을 중요시한다. 여성의 성은 매우 섬세하고 복잡하다. 이는 털로 만들어진 커피잔을 오브제로 만든 메레 오펜하임의 미술작품 <털로 된 식사>가 잘 설명해 준다. 기능이나 용도가 분명한 사물에도 ‘식사’, ‘커피’가 가지는 물질과 어감의 감촉과 느낌, 분위기와 같은 정서적인 측면을 투사하는 여성성을 잘 드러내 보인다. 이런 여러 가지 특수성의 견지에서, 여성의 에로티시즘 만화의 핵심 키워드는 ‘Y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일본에서 __なし、__なし、__なし를 영어식 발음으로 앞 글자 Y를 따온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군들이 있고, 성에 대한 표현 수위 또한 남성만화 못지않은 작품도 있다. 공통점은 ‘동성애 소재’로 그린 작품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라는 것이다. 원인에 대한 연구나 논의는 활발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동성의 인간관계가 가진 동등성, 즉 지극히 여성적으로 그려진 미소년에 자신을 투사해 성을 초월한 동등한 관계맺음의 환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설정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설정은 사회의 금기로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금기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금기를 금기’시키고 싶은 환상이 투사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이 주인공이지만, 이들 만화가 지극히 여성적인 이유다.

전시 콘텐츠의 구체적인 작품으로, 남성적인 시각의 에로티시즘을 대중들에게 가장 만화적으로 소개해준 양영순의 <누들누드>와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를 식기로 대신하여 에로틱함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박무직의 <숫가락님이 보고계셔 2>, 마지막으로 성에 대한 풍자가 지극히 ‘성인스러운’ 조관제의 <열려라 섹스피아>를 준비했다.

여성 진영에서는 최근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이영희의 <절정>을 준비하였다. 작품 속 두 남성이 크고 작은 ‘여성적’ 사건을 함께 공유하면서 쌓은 감정과 관계에 관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가는 미소년과 역시 남성적인 거친 성향을 갖고 있지만 외모는 준수한 청년들이다.

이 작품들을 소재로,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여성들의 에로티시즘을 그것대로 복잡한 내러티브에 담아낸 작품과, 시각적 직관을 중요시하는 남성들의 에로티시즘의 차이를 전시에서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 이소현

아트포럼리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