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은 이소 이재영 〈POT LUCK〉
■ 전 시 명 : POT LUCK
■ 작 가 명: 김하은, 이소, 이재영
■ 전시 기간: 2025.08.18(월)-09.12.(금)
* 월-토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장소: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아트포럼리 1F, B1F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 032)666-5858
■ 전시서문 (글 : 이재영)
끓는 냄비가, 빈 접시가, 하얀 화면이, 함께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마음이 있다. 긴장과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 김하은, 이소, 이재영은 테이블을 나누며 함께 만들 전시를 여러날 그려왔다. 그 시작에는 같은 세대의, 부천이라는 지역의, 회화라는 매체의 공통점이 있지만 함께 하는 날들을 채운 것은 서로가 가진 다름이었다. 만약 저녁을 차린다는 상상을 시작하면 누군가는 음식을 올릴 접시를 꺼내고, 누군가는 마트에서 재료를 고르고, 누군가는 테이블에 둘 꽃과 화병을 고민하는 식이었다. 그런 함께가 즐거웠다. 서로를 포개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 서로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꺼내는 방향으로 이어온 관계. 《POT LUCK》은 그 과정을, 세 사람의 함께하기를 담고 있다.
전시는 1층의 공동 작업에서 함께의 과정을 펼쳐둔 아카이브 공간으로, 그리고 지하의 세 사람을 소개하는 회화 작업까지, 세 조각으로 이어져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공동 작업은 각자의 시각 언어로 만드는 함께하기의 장면이다. 테이블을 연상케하는 원형의 구조물을 기준으로 작은 작업들은 서로라는 경계없이 놓여지고 어우러진다. 이를 위해 세 사람이 떠올린 것은 해체였다. 더 작은 단위로 모여 새롭게 연결되는 서로를 상상하며 질감을 중심으로 기존 작업의 해체를 시도한다. 김하은은 작업 안에 켜켜이 쌓인 레이어를 해체한다. 확대된 자연으로 이루어진 레이어는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된 자연의 특성적 질감이다. 한 화면에 쌓여있던 요소들은 층층이 분리되고 순서없이 펼쳐진다. 이소는 작업의 망점에서 해체를 시작한다. 작가는 작은 단위가 모여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방식을 탐구하고 요소의 반복을 언어로 사용해왔다. 평면의 망점들은 다양한 오브제가 되어 구조물 위로 올라온다. 이재영은 작업 과정에서의 방법적 해체를 시도한다. 장면의 질감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된 재료와 기법, 색체계와 매일이라는 시간의 감각을 작업화 한다. 이를 통해 작업의 뒤로 쌓여있던 고민들을 밖으로 꺼내 놓는다. 공동 작업은 해체라는 방법과 원형의 구조물이라는 공간 만을 공유한 채 진행되었다. 세 사람은 설치하는 현장에서 함께 구조물을 만들고 서로의 작업을 확인하며 소통과 조율을 통해 작업을 배치한다. 하나되기가 아닌 함께하기를 목표로 과정을 즐기는 사이 작업은 완성된다.
지하로 내려가면 기존에 진행해온 각자의 회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세 사람에 대한 소개이자 앞서 만난 해체들의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김하은은 표면 위로 질감을 그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다양한 질감이 만나 부딪히는 화면을 만든다. <더듬거린 부분들>은 자연의 여러 장면을 온전히 소화하여 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도시의 설계 시스템으로 들어온 자연의 특성인 목록화와 수집, 재배치의 구성 방식을 작업의 방법론으로 사용해왔다. 이번 작업은 흔들리는 풀의 속도감, 물의 움직임, 흐린 구름의 불투명함과 같은 시각적 촉감에 보다 집중하며 그 차이를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자연을 눈으로 만지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표현했다. 이소는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 기법과 콜라주를 사용해 이미지 요소들을 조합하고 반복하여 화면을 만든다. <이웃들>을 통해 작가는 작업의 출발점이기도 한 ‘팬지꽃’으로 다시 돌아간다. 도시 조경 속에 반복되는 팬지의 얼굴, 그 감정 없는 미소에서 발생하는 감각에 주목해왔다. 작고 동일한 요소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구조는 도시의 질서와 그 안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번 작업은 팬지를 한 송이씩 손으로 그려 구조 안에 미묘한 차이와 간격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익명의 표정들로 이뤄진 리듬 속에서 역설적으로 만들어지는 감정을 담고자 한다. 이재영은 종이 위에 물감이 스미고 긁히고 얇게 쌓이는 붓질로 표면이 드러나는 화면을 만든다. <여러번 위로하던 길>은 긴 호흡으로 그려진 작업이다. 작가는 장면의 감각을 담기위해 작업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것이 맞는지를 묻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시간이 쌓여있는 장소에는 여러 모습의 내가 있다. 하루의 끝에 만나는 이 길은 마중이라도 나온 듯 안도하게 되는 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황목의 종이에 그려진 담담한 겨울은 얼굴을 얼게 하는 추위보다 밤을 향해 가는 시간의 포근함을 담고 있다.
전시 제목인 ‘pot luck’은 운에 맡김을 의미하는 명사이다. 이 단어는 참가자가 저마다 음식이나 선물을 준비해 모이는 포트럭(potluck)의 유래와도 관련이 있다. 16세기 영국에는 약속없이 방문하는 손님을 대비해 음식을 조금씩 저장해 두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때 손님이 무엇을 대접 받을 지는 그 집 ’냄비(pot)의 행운(luck)‘에 달려있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세 사람은 냄비의 불확실함과 접시 위로 올라올 예기치 않은 행운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작업을 완성해가는, 전시를 만드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긴장과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에 약간의 행운을 불어넣는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는 것처럼, 세 사람이 나눈 시간 속에 예기치 않은 연결이 생겨난다는 믿음으로. 동료이자 이웃인 셋의 다음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나 마주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누어진 서로가 있을 것이고 또 테이블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다음을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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