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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석 <낭쉐> 아트포럼리 아트포럼리 아트포럼리 아트포럼리

강문석 <낭쉐>

 

 

■ 전 시 명 : 낭쉐

■ 작 가 명: 강문석

■ 전시 기간: 2024.07.12(금) – 2024.08.30(금)

*월-토 10:00-21:00 / 일요일 휴관

■ 장소: 경도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아트포럼리 1F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T.82(0)32_666_5858

■ 주최/주관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세계를 탐구하는 기술 “낭쉐”

                                                                                                                                                                                                                                                                                                                                                                       정윤희(비평그룹 시각)

‘객체지향’예술로 인간 중심 너머, 공존하는 다양한 객체와의 불화와 연대라는 관계-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해 온 아트포럼리는 강문석 개인전 «낭쉐»를 개최한다. 강문석 작가는 제주의 생태환경과 물질에 기반하여 제주의 굴곡진 역사와 시대정신을 다양한 조형 언어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문석 작가가 제작한 ‘2024 탐라국 입춘굿’ 행사 중 ‘낭쉐몰이’에 쓰였던 ‘낭쉐’를 전시한다. ‘낭쉐’는 오행(五行)상 봄을 상징하는 나무와 농경을 표상하는 소의 의미가 결합된 신적 존재로 인식되어왔다. ‘낭쉐몰이’는 봄의 시작을 알리며 제주의 무사안녕과 풍요로운 한 해를 기원하는 행사로 19세기 말까지 제주의 수백명의 심방(무당)들이 ‘낭쉐’제작과 ‘낭쉐고사’, ‘낭쉐몰이’에 주요 연행자로 참여하면서 비유교적인 요소를 내포한다. 이는 당대의 지배이념과 관성으로부터 토착세력의 문화적 저항으로서 함의를 갖는다.

‘낭쉐’를 제주 밖, 지역의 미술 대안공간이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의 맥락에 놓은 이번 전시는 작품의 독창성과 미학적 완성도와는 다른 차원에서 ‘예술’을 ‘존재론적 전환’의 매개자로 제시한다. 강문석 작가의 작업을 따라가며 현존재 하는 ‘낭쉐’로 연결되는 고사목, 흙, 돌, 미생물과 인간-비인간 행위자들 간의 조응, 되기(being)를 사유하기를 제시한다. 그리고 ‘낭쉐’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비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토템적 의미 혹은 지구온난화의 지표 같은 과학적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수렴하는 행위를 유보하고, 사람과 사물의 동맹을 이루는 새로운 사유 찾기를 시도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 전쟁,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불평등… 걷잡을 수 없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한 책임도 해결도 인간에게 있다는 인간 중심의 이항 대립적 사고 – 즉 비대칭적으로 형성된 자연과 사회, 과학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 로 이루어진 근대적 존재 양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제기한 ‘객체지향 예술’의 발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소 피상적인 접근일 수 있겠으나, 강문석 작가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비인간 존재를 민감하게 지각하고 비인간 존재의 ‘행위소’들과의 얽힘을 통해 새로운 관계론적 존재 양식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비인간 존재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라산 기슭에서 생명을 다한 회백색의 고사목을 정성스럽게 모으고, 나무, 바람, 습기, 공기, 빛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고사목을 매만지기를 반복하면서, 마른 고사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는 물질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을 위한 방법들을 안내한다.

작가의 손길을 거쳐 직조된 ‘낭쉐’는 거친 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서 힘껏 근육을 응축한 채 생동감있고 역동적인 표상을 드러낸다. 전통적 재현 양식을 그대로 따르거나 제작된 틀에 맞춰 일괄적으로 찍어내는 혹은 도식적인 제작 방식과는 다르다. 작가는 손에 닿은 메마른 고사목의 결을 따라 다양한 물질의 질적 변화와 흐름을 포착하고 직조하는 행위로 물질 세계에 참여한다. 이렇듯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용하는 생물과 물질에 대한 열린 결말을 의미한다. 복잡하고 유동적인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물질 스스로가 생성하고 변화하는 흐름에 조응하며 무언가 만들어내는 행위는 물질의 수동성을 기각하고 무언가 다른 삶과 새로운 능동적인 사유를 찾아갈 것이다.

보이는 세계를 확장한 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과학기술의 발명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으로 기대를 한껏 부풀려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거듭 발전할수록 광할한 우주는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범위의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21세기 이후 인공지능(AI)의 출현과 더불어 기후위기, 코로나와 같은 전 인류적 위기는 인간 주체 중심의 특권을 구성하는 개념을 해체하고 근대로부터 초자연의 영역으로 떠밀려 버린 애니미즘, 토테미즘 같은 가려진 주술의 세계를 복원한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Eduardo Kohn)은 자신의 저서 『숲은 생각한다 How Forests Think』에서 근대의 과학적 합리주의의 효과로서 인간 문명이 분리해 놓은 삶과 지혜를 연결하여 비-인간의 기호 작용을 밝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술적 기원으로 탄생한 “낭쉐”를 구성하는 사회 시스템과 종 특유의 제도를 파악하고, 문화적인 도구에서 물질로 관점을 이동하여 나무로 바람으로 흙으로 기호 작용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문석 작가의 ‘낭쉐’를 통해 제작 행위와 행위소를 따라 인간-비인간의 각인된 이원적 존재론에서 관계적 존재론으로 새로운 사유의 전환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예술’이 세계의 가능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재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인간의 자리를 고스란히 비인간 객체에게 내어주자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혼종적 동맹을 인정하고. 포착하지 못한 존재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의 불평등과 위계의 폐기를 담지하고자 한다.

아트포럼리

강문석, <33°19′ 126°20′>, 2023, 철 프레임, 60x120cm

아트포럼리

강문석, <낭쉐>, 2024, 한라산에서 수집한 고목, 380x110x207.5(h)cm

아트포럼리

강문석 <낭쉐> 전시 전경

 

강문석(B. 1974)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9회

4.3미술제

2021 아트 페스타 in 제주, 제주 산지천갤러리 일대, 제주

2022 잠들지 않는 남도의 세월, 여수세계박람회장 국제관 B관 1층, 여수

2023 BIAF,  부산벡스코 제2전시장,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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