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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찰@아트포럼리〉

〈띵찰@아트포럼리〉

■ 전 시 명 : 띵찰@아트포럼리

■ 참여작가 : 김광우, 김준서, 나규환, 송차영, 신익균, 이동욱, 이연숙, 이원호, 전진경, 정윤희, 주재환, 홍장폴

■ 전시 기간 : 2025.11.06(목)-12.05(금)

* 월-토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장소 :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8-73 대안공간아트포럼리 1F

■ 기획 : 아트포럼리, 이지혜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 032)666-5858

 

띵찰’, 이름짓기의 전복과 사소함의 정치학

‘띵찰’은 언어의 작은 회전에서 출발한다.
‘명찰’이라는 익숙한 단어 속 음절을 비틀고 뒤집음으로써 생성된 이 단어는,
이미 익숙해진 의미체계의 내부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감각의 지층을 연다.
이 단어의 발명자는 주재환이다. 그는 오랫동안 “무엇이 명작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명작’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제도와 권위, 심사와 기준이 내포되어 있다.
그는 그 언어의 권위를 비틀어, ‘명찰’이라는 일상의 오브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띵찰’을 만들어낸다.
그 행위는 명명(naming)의 체계가 어떻게 권력을 형성하고 예술의 의미를 통제해왔는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띵찰@아트포럼리》는 이러한 언어적 전복을 미학적 실천으로 확장한다.
300여 점의 ‘띵찰’들은 하나하나 독립된 사유의 조각이지만, 동시에 전체적으로 하나의 리좀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그들은 벽면 위에서 단일한 서사를 이루지 않는다. 오히려 각기 다른 기호, 색채, 텍스트, 이미지들이 얽혀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며 감각의 분할(distribution of the sensible)을 다시 그린다.

이 전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리좀(rhizome)’ 개념,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ANT)’ 이론,
그리고 랑시에르의 ‘감성의 분할’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띵찰’이라는 작은 명찰은 더 이상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기호, 기억의 파편, 일상의 단어, 예술 제도와의 긴장까지도 품은 행위자(actor)로서 작동한다.
이 작은 기표들은 서로 연결되고, 퍼지고, 뒤섞이며 ‘예술’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다시 구성한다.

이때 예술은 더 이상 완성된 작품의 형식이 아니라,
관계적 생성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갱신하는 지속적인 사건(event)으로 존재한다.
《띵찰@아트포럼리》는 바로 그 사건의 현장이다.
여기서 예술은 이름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름 짓기의 권력으로부터 벗어나 ‘되기(becoming)’의 과정으로 이행한다.
즉, ‘띵찰’은 단지 명찰의 패러디가 아니라,
명명된 세계를 다시 발명하려는 예술적 정치학의 선언이다.

이 전시는 ‘사소함의 정치학(politics of the trivial)’을 시각적으로 사유한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사물이, 그 안에 내재된 사회적 구조를 드러내는 순간,
그 사소함은 더 이상 하찮지 않다.
그것은 익숙한 것들에 균열을 내고, 보이지 않는 감각의 질서를 재편하는 힘이 된다.
‘띵찰’들은 그 균열의 조각들이며,
그 조각들이 모여 이루는 공간은 결국 예술의 민주적 감성 실험실로 변모한다.

■대안공간아트포럼리 디렉터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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