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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Stinging Coexistence〉 아트포럼리2021 이지민작가 아트포럼리2021 이지민작가 아트포럼리 202103 이지민 이지민 〈Stinging Coexistence〉 아트포럼리202103 이지민자각

이지민 〈Stinging Coexistence〉

 

■ 전시 제목 : 따가운 공존 Stinging Coexistence

■ 참여 작가 : 이지민

■ 전시기간 : 2021. 03. 26 – 04. 30.

■ 전시 : 관람예약제  구글폼 – https://forms.gle/5bk3r84XcA76vDM87

■ 장소 :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 380길 61 디포그 아트포럼리 스페이스 서버

■ 문의 : artforum.co.kr / artforumrhee@gmail.com T.82(0)32_666_5858

■ 주최/주관 : 대안공간아트포럼리

■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주)디포그

 

이지민(B. 1995)

201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주전공)
예술학과(복수전공)
WS 2016/17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대학교 Freie Kunst

이력
2019 FRAGILE : HANDLE WITH CARE, 13.1 갤러리, 서울, 대한민국
2019 Mentality Flaneur, SeMA창고, 서울, 대한민국
2018 Balance Patch, Alternative Space Noon, 수원, 대한민국
2018 홍익대학교 야외조각전, 서울, 대한민국
2017 Bergstaffel Off-Space, 슈투트가르트, 독일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에서는 2021년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올해의 첫 전시로 “객체지향 프로젝트-세포를 다시 조직하라” 참여 작가인 이지민 작가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19 팬데믹 속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대지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그리고 당신과 관계 맺고 있는 존재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는 이번《따가운 공존 Stinging Coexistence》의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고민의 흔적들이 스며져 있다.

 

아트포럼리2021 이지민 전시뷰

이지민 <따가운 공존> 전시 전경, 대안공간아트포럼리, 2021

‘경계’ 라는 키워드로 꾸준히 제작해온 작품들이 암실처럼 설정된 어두운 전시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나무 팔레트 위에는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 조각이 놓여 있으며, 천장에는 신체의 피부와 장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인쇄된 천 조각이 조명을 받은 채 달려있다. 마치 해부학 실습에 등장하는 시체 부위 같기도 하고, 도축장에 진열된 고깃덩이 같기도 하다. 시각적으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작품들은 관람자의 발길을 끌어당기기 힘들어 보이나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다.

<Debris>, 2021, silicone, wooden pallet, variable installation

아트포럼리2021 이지민작가

<Sabina>, 2021, digital print on polyester, 146x269cm

<Юлия>, 2021, digital print on polyester, 146x269cm

<Julia>, 2021, digital print on polyester, 146x269cm

이 기괴하면서 신비하기도 한 작품들은 우리 몸의 일부를 재현한 것이다. 살과 피는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때로 삶과 생명 그 자체를 대유한다. 작품에 제시된 피부 조각은 우리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자 물리적으로도 친밀한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 재현된 피부 파편들은 두려움과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조직으로서의 일반적인 피부가 아니라, 몸에서 ‘떨어져 나간’ 피부 일부를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각 언어는 전시장의 영상 작업에서도 관찰된다.

아트포럼리2021 이지민작가

<Untitled(바나나에 향 꽂기)>, 2020, single-channel video, 00:08:53

스크린에는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던 식료품이 부산물로 변모하고 있는 순간과 흐르는 시간이 포착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과일은 변색되고 말라버리며, 불에 탄 향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과일에 꽂힌 인센스 스틱은 향을 내고 있지만 이미 음식물 쓰레기가 된 과일과 어우러져 그 고유한 향을 내뿜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에게 종속된 채 타자로서 인식되지 못했던 존재들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으로써 전시장에 소환하였다. 작품에 출현한 대상들은 이제 본래의 기능과 별개로 낯설고 무한히 변이되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재탄생했다. 또한 관람자의 기존 인식의 질서들을 무너뜨림으로써, 관람자에게 끝없이 변화하는 ‘과정적 주체’ 혹은 ‘객체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궁극적으로 작가가 우주에 존재하는 생물 종(種, Species)의 체계에 대한 질문이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시각적 응답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 인터뷰에서 종의 분류 체계가 틀렸다기보다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이 수동적인 위치에 배치된 점을 지적하며 작품을 통해 종과 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는 선인장을 형상화한 <Don’t forget to wear your gloves>와 패트리 접시에 제작한 <종>의 연작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트포럼리 202103 이지민

<Don’t forget to wear your gloves>, 2021, silicone, variable installation

<Don’t forget to wear your gloves>는 작가가 실제로 선인장을 키우며 선인장의 특이한 외형과 생존 방식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선인장은 친근하면서도 낯설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협적이라는 상반된 매력을 가진 식물이다. 선인장의 가시, 원통형의 줄기 등의 해부학적 형태는 식물이 번식하고 생존을 위해 진화된 것이다. 선인장의 가시는 야생의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막의 역할도 하는데, 이때 선인장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선인장의 온도 조절도 함께 도와준다. 또한 선인장은 대게 씨앗을 통해 번식하지만 줄기가 땅에 떨어지면 땅에 뿌리를 내려 새로운 개체가 되기도 하고, 새끼 줄기가 원래 줄기에 접붙임 되어 변형된 형태로 자란다. 작가는 이처럼 다양한 변형을 촉진하며 군집으로 자라는 선인장의 생육 과정을 시각화하며, 비단 자연뿐 아니라 현실에 실재하는 종들(Species)의 생존 관계를 떠올렸다고 한다. 각자의 생존 수단이자 상황에 따라 때론 옆을 지켜주는 가시, 각자의 번식을 위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도 하지만 때론 서로 결합하며 새로운 종으로 탄생하는 선인장의 줄기가 그것이다. 이러한 선인장의 생존 방식은 패트리 접시에 구현된 <종>의 실리콘 형상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아트포럼리202103 이지민자각<종>, 2021, silicone, petri dish, variable installation

이 작품은 색을 입힌 실리콘 액체를 직접 접시에 번갈아 부으며 각각의 실리콘들이 모양을 잡아가는 현상을 관찰한 기록이다. 실리콘의 형상들은 언뜻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르다. 어떤 것은 각각의 색이 뚜렷이 경계를 이루고, 반대로 어떤 것은 자연스럽게 섞인 색이 마블링의 패턴을 만드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흰색의 실리콘이 빨간색의 실리콘이 있는 공간을 침범하여 제 3의 색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실리콘들의 다양한 모양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스럽게 침투하고, 한정하면서 함께 무언가가 되기 위해 주조되는 실리콘들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실리콘을 붓는 행위자가 이 실험을 주도하고 관장하는 유일한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실리콘들은 어딘가에 예속된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서로를 경계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만남으로 이행하는 여정을 은유하는 메타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따가운 공존》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세상의 모든 존재 사이에 잠재적으로 지정된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 간의 관계의 분열과 화합을 조성해, 관람자가 상호 간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단순히 예술적 함의를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따가운 공존’ 이란, 불완전한 현 세계와 진행 중인 역사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갈등과 생존, 그리고 관계 맺음에 대한 현실의 단면을 그려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큐레이터 임소희